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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뭐든 주고싶은데
입력2000-07-28 00:00:00
수정
2000.07.28 00:00:00
윤종열 기자
이산가족상봉 뭐든 주고싶은데"치아 안좋았던 오마니 틀니부터 해드려야죠"
『우리 오마니는 눈깔사탕을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남한에 내려오시면 드리려고 주먹만한 눈깔사탕을 한보따리 준비했습니다.』 『고 녀석이 집에 텔레비전은 있을지 모르갔시요. 24인치 텔레비전을 하나 준비했는데 갖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남북한 이산가족상봉자 명단이 공개된 후 꿈에 그리던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남측가족들은 이처럼 어떤 선물을 챙겨 보내야 할 지 즐거운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번 북측 내 이산가족상봉자 명단에 109세의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해 밤새 잠을 못이룬 장이윤(張二允·71·부산시 주구 영주1동)씨는 『우리 오마니는 치아가 좋지 않으셨어요. 고향에 가면 우선 오마니에게 틀니나 보철을 해드려야 겠다』고 보철을 위해 마련한 돈을 어루만졌다.
북한에 여동생 김숭태(72)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확실(84·서울 성동구 응봉동)씨는 『여동생이 3명이나 돼 언젠가는 만날 생각에 반지·목걸이 등 나눠줄 패물을 줄곧 모아오다가 3년 전에 이웃들에게 모두 나눠줬다』며 『여동생 한명이 살아있다고 하니 패물 대신에 곱게 지은 한복을 꼭 선물로 주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북한에 있는 아내와 자식·동생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재일(韓在日·81·서울 노원구 월계동)씨는 『자유당 시절에는 군수물품을 팔아 제법 돈을 모으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며 『북에 갈 때 가져갈 수만 있다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라도 사 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와 자식들을 반세기만에 만나게 될 최경길(崔京吉·78·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씨는 『어떻게 지난 세월을 말로 다 하겠습니까. 지난 50년 동안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담은 사진첩을 갖다줄까 합니다』며 빛바랜 추억을 어루만졌다.
<이산가족 상봉단, 각계에서 「선물세례」>
50년만의 역사적인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각계에서 온정의 손길들이 대한적십자사에 속속 답지하고 있어 이산 상봉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28일까지 각계에서 무료보험, 술·음료, 손목시계, 양복, 치아치료 등 각양각색의 것들을 적십자사측에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범양식품은 「8·15콜라」를 상봉기간 중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세광물산은 서울 상봉가족에게 무료로 사진촬영을 해주기로 했고 에드윈시계는 100명 전원에게 손목시계 증정을, 제미유통 싹스탑은 상봉의 기쁨을 맞는 전원에게 양말 10켤레씩 증정하기로 했다.
대당 6만~7만원하는 플라로이드 즉석 사진기를 남측상봉단 전원에 기증하기로 한 SK상사의 관계자는『50년만의 역사적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감격적인 순간을 남북 가족 모두가 사진으로 남겨두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 같은 생각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각 단체들도 북측 가족을 위한 선물마련에 들어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상임대표 송월주외 3인)은 「북한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돋보기 10만개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고 28일 오전 ㈜일공공일(대표 권철오) 안경·콘택트 영등포점에서 1차분으로 돋보기 1만개 기증식을 가졌다.
운동본부는 이번에 기증받은 1만개의 돋보기를 다음달 중순께 남포항을 통해 북측으로 보낼 예정이다.
치과의사들도 이산가족상봉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민족의 염원인 이산가족 상봉과 평화통일 추진에 일조하기 위해 대부분 노인인 이산가족 방문단 100여명에 대한 무료치료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상봉단에 선물을 전달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상봉이 가까웠음을 실감한다』며 『남측상봉단에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북측상봉단에 전달해 달라는 부탁도 있어 기탁받을 물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정부의 결정이 나오는 다음달 초쯤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남북이산가족상봉단의 숙박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선물의 경우도 남측상봉단의 일괄구매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북측에 전달할 상봉단 개개인의 선물허용기준도 북측의 자존심을 거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허용할 방침이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7/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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