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불황에 시달려온 증권업계가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높은 실적을 예고하며 반기 수익이 과거 1년치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중국 증시 하락과 그리스발 악재에 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지만 초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주식 거래는 2·4분기에도 높은 증가세를 보여 증권사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실적발표를 마친 KDB대우증권(006800)을 포함해 3개 이상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나온 증권사 8곳의 2·4분기 매출 예상액은 2조7,5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141.4% 상승한 것으로 영업이익 역시 213.3% 증가한 7,79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기 최고 영업이익의 주인공은 9월 매각을 앞둔 대우증권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의 2·4분기 영업이익은 1,5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9%증가했으며 한국금융지주(071050)(1,285억원)와 삼성증권(016360)(1,173억원), NH투자증권(005940)(1,112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 분기 영업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2·4분기 대비 63% 늘어난 것이며 삼성과 NH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4분기 영업이익이 무려 5,871%나 늘어난 현대증권(003450)은 2·4분기 추정치도 1,061%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4분기 추정 실적을 1·4분기 실적과 합하면 이들 증권사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97억원에 머물렀던 현대증권은 상반기만 2,004억원에 달하며 반기 실적이 지난 한해의 5배 수준이다. NH투자증권(86.8%)과 삼성증권(37.5%), 키움증권(039490)(23%), 메리츠종금증권(008560)(11.2%)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 1년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은 9.3% 초과 달성한 수치가 확정된 상태다.
증권사의 호실적은 거래대금의 폭발적 증가가 뒷받침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해 하반기 보다 35.3% 늘어난 9조6,600억원으로 이는 1년 전 상반기(6조2,7880억원)에 비해선 53.9%나 증가한 규모다. 분기로 따져도 국내 증시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1·4분기 7조6,000억원에서 2·4분기 10조 3,000억원으로 증가 추세가 확연했다. 실적 발표를 준비 중인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거래대금 증가 덕에 위탁매매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며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대략적인 정보를 살펴봐도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다만 하반기 들어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고 채권운용 수익이 크게 빠질 수 있어 선제적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저금리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면 증권주가 타격을 입던 과거 사례들을 유념해야 한다" 며 "브로커리지 영업과 채권운용의 리스크 관리 뿐 아니라 자산관리(WM) 등에 역량을 키우는 증권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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