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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추가조성론 수면위로
입력2000-03-20 00:00:00
수정
2000.03.20 00:00:00
김영기 기자
조성 64조 바닥 금융기관 '돈달라' 아우성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공적자금 투입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투입된 자금에 대한 회수작업은 거북이 걸음인데, 돈을 달라고 외치는 금융기관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추가 공적자금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내심 공감하는 분위기. 그러나 정작 국민앞에서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세금이 더 필요하다고 나설 경우 거센 역풍(逆風)에 시달릴게 뻔하기 때문. 문제는 공적자금의 투입지연이 자칫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폭되는 「돈달라」 목소리= 정부가 지난해 조성한 공적자금은 64조원. 이 자금은 이미 바닥나고, 현재는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자금만으로 연명하고 있는 형편.
이같은 사정에도 불구, 금융기관들의 공적자금투입요청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에 대우보증채 대지급용으로 6조원, 영업정지중인 나라종금에 예금대지급용으로 3조4,000억원 규모가 소요될 전망이다. 상호신용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의 예금대지급용도 무시못할 변수다.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은 그나마 명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서울은행과 대한생명 등 이른바 「세금잡아먹는 하마」들.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청난 세금이 투입됐지만, 추가 투입이 없으면 정상화가 난망이다. 자칫 「조세저항」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은행은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아직 처리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필요자금이 얼마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은행 고위 관계자는 『부실정리자금 등을 포함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생명도 마찬가지. 「실패한 정부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결국 국영화를 통해 정상화 작업을 밟고 있는 대생은 이미 투입된 2조원외에 자산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자금은 그나마 예상산출이 가능한 자금. 정작 걱정거리는 이르면 상반기안에 가시화할 2차 구조조정때. 금융지주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쉿! 공적자금」= 정부가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한 64조원중 지금까지 회수한 자금은 18조원 규모. 자산관리공사가 부실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매각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예금보험공사의 투입분. 이는 사실상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 회수시기를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다.
특히 은행 증자에 투입된 자금은 주가가 형편없이 떨어져 평가손만 8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가급적 보유주식을 조기에 매각해 투입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주가추이와 은행정상화 속도를 보면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할때 추가 공적자금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이제 정부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도 최근 조심스럽게 공적자금 추가조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어느누구도 추가조성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못한다. 『현재로선 새로운 추가조성 요인이 없다』며 회수자금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태도를 되풀이하는 것은 총선을 의식한 때문. 가뜩이나 재정적자 논쟁 등으로 시끄러운 판에 세금 추가조성을 외칠 경우 불어닥칠 역풍의 강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도 공적자금 추가조성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총선이 끝난후 보자』는 말로 대신했다.
◇망가지는 금융기관= 공적자금 투입은 가장 중요한 원칙중 하나가 「적재적소」다. 해당금융기관이 더이상 망가지기전에 정상화시켜야 투입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현 금융정책은 이 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울은행이 대표적 예. 지난해 제일은행에서 드러났듯, 수개월째 은행의처리방식이 표류하고 있는 동안 서울은행 조직은 갈수록 망가지고 있는게 현실. 은행 기능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새 경영진을 선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공적자금의 추가투입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그러나 서울은행에 대해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총선변수」가 개입돼서는 곤란하다』며 『추가자금의 필요내역과 지원대책, 추가조성 필요금액 등에 대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공론화해, 2차 구조조정에 신속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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