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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개인적인 금전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것까지 삶의 많은 부분에서 유용합니다."
수학자 출신으로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자리에까지 오른 제임스 사이먼스(사진)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13일 서울 COEX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자간담회와 강연을 통해 이같이 수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지난 1974년 독특한 기하학적 측정법을 고안해 중국의 미분기하학자인 천성선(陳省身)과 함께 '천·사이먼스 이론'을 만들었고 2년 뒤인 1976년에는 미국수학협회가 주는 오즈월드베블런상을 수상하는 등 수학계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이후 펀드매니저로 변신, 2014년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88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부와 명성을 쌓았고 2010년 은퇴 후에는 사회복지재단 '사이먼스재단' 위원장으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이먼스 회장은 현재 수학이 세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 응용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학에 강점을 보일 경우 이제 얼마든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권의 여러 분야에서 통계적 지식이 필요한데 특히 위험을 예측할 때 중요하다"며 "금융뿐 아니라 인터넷 검색엔진, 통신기술 등 어디든 수학이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수학 연구를 정말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두 아들의 죽음도 수학 연구에 매진하며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사이먼스 회장은 "아들이 하늘로 떠나 가슴이 무너졌을 때 수학은 일종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기부활동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사이먼스 회장은 "대부분의 자선활동을 자폐증 연구, 신경과학, 생명기원 연구 등 기초과학 지원에 쏟고 있다"며 "기초과학 연구는 당장 응용되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여러 분야에 응용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미국 뉴욕시의 중고등학교 수학선생의 봉급을 올리는 자선활동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학자답게 최근 수학교사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자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 뉴욕시 전체 수학교사 봉급의 10%가량을 자신이 대고 있다는 것.
사이먼스 회장은 "과거에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에게 학교 교사가 최고의 직업이었으나 지금은 수학을 갖고 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 보니 수학교사조차 수학을 잘 모르고 수업준비도 제대로 안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자신의 기부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국의 수학교육에 대해서는 "한국의 아이들을 보면 (미국보다) 수학교육을 잘 받고 있는 것 같고 오히려 너무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는 한국의 수학교사들이 적절한 봉급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는 끝으로 "수학을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공식이 없다"며 "다만 대중이 수학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버리고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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