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가 좀처럼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진입 문턱이 높아 성장성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국형 헤지펀드의 파이를 키우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금융당국의 규제로 성장판이 빠르게 닫혀가는 모양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6개의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19개의 펀드들이 설정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절반 이상의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우려를 자아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9월 설정된 '브레인 백두'의 경우에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32.99%에 달한다. '삼성H클럽 이쿼티 헤지(16.95%)' '삼성H클럽 멀티스트레티지(15.43%)' '신한BNP파리바명장 아시아 엑스 재팬 주식 롱숏(11.25%)' 등도 설정 이후 수익률이 10%를 넘겼다.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규모는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1조6,700억원. 수개월째 펀드 설정액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브레인 태백(2,500억원)' '삼성H클럽 이쿼티 헤지(2,190억원)' '브레인 백두(2,220억원)' '트러스톤 탑건 코리아롱숏(1,940억원)' 등이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 헤리티지 롱숏(52억원)' 'KDB 파이오니어 롱숏 안전형(60억원)' '대신[밸러스] 코포레이트 이벤트(105억원)' '하이 힘셈(120억원)' 등 소규모 펀드들이 상당수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가 유입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헤지펀드 설정액 중 85% 이상이 기관투자가의 자금으로 개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적다. 금융당국이 헤지펀드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행 법규상 헤지펀드는 투자자 49인 이하로 설정돼야 하며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는 직접 투자액이 5억원 이상 돼야 한다. 헤지펀드가 허용되기 이전부터 5억원 기준이 과하게 설정됐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밀어붙였다. 개인투자자가 한 상품에 5억원을 쏟아붓는 게 쉽지 않아 한국형 헤지펀드가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수석웰스매니저는 "금융자산이 30억원가량되는 개인들도 5억원 이상을 한 상품에 선뜻 맡기려 하지 않는다"며 "최근 절대수익을 보장하는 롱쇼트 펀드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지만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개인 투자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이사 역시 "헤지펀드는 최소가입금 규정으로 인해 거액자산가들조차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일부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투자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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