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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2부> 과학 선진국들은 지금 3.호주-R&D 분업화

대학이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국가 R&D의 25% 차지<br>선택과 집중 통한 연구비 지원<br>호주국립대 핵융합실험장치 등 우수 인프라 갖춰 경쟁력 강화<br>특성화·높은 국제화 수준도 강점… 세계 100위권 대학에 7곳 포함

호주 정부는 대학과 연구소에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국립대 플라즈마연구소에서 교수와 연구원들이 핵융합실험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호주 국립과학기술센터(퀘스타콘)는 회의실의 이름을 자국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따 '블랙번 룸'으로 명명했다. 블랙번 교수는 세포의 노화메커니즘을 규명해 노화ㆍ암과 관련한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지난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으로 호주는 1915년 로런스 브래그가 결정구조를 해석하는 X선 기술을 개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과학 분야에서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호주는 영토가 넓고 풍부한 광물자원을 갖고 있지만 인구가 적고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연구개발(R&D) 부분의 총투자비는 오히려 적다. 그럼에도 기초과학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과 같은 높은 수준을 지닌 과학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과 각 연구소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던 탓이다. 특히 국가 R&D의 25%를 담당하고 있는 대학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기초연구에 집중, 호주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기초과학은 대학의 몫=호주 캔버라 시내에 있는 호주국립대(ANU) 플라즈마 연구소. 핵융합 에너지를 연구하는 이 연구소에는 'H-1'이라는 핵융합실험장치가 들어서 있다. 다른 나라는 국가 연구기관에서 이 같은 대형 실험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호주는 이를 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 1997년 가동된 이 실험장치를 도입하는 데 호주연방정부는 지금까지 5,800만호주달러(약 600억원)를 지원했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대학의 역할을 중시하는 호주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맷 홀 ANU 물리공학 리서치스쿨 교수는 "(외국 장치에 비해) 수행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 같은 규모의 핵융합실험장치를 갖춘 대학은 ANU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가 국가 R&D에서 대학의 비중이 크지만 연구 중심 대학인 ANU는 대학 예산의 70%가량을 연구비로 쓸 정도로 유독 많다. 대학의 R&D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와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서열화보다는 특성화, 높은 국제화 수준 자랑=호주는 종합대학 41곳 중 37개가 국ㆍ공립대다. 이들 대학은 재정의 절반가량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ANUㆍ시드니대ㆍ멜버른대ㆍ퀸즐랜드대ㆍ뉴사우스웨일스대ㆍ모나쉬대ㆍ서호주대 등 'G8'으로 불리는 명문대학 8곳 중 7곳이 세계 100대 대학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한다. 한스 바코어 ANU 물리수학대학 교수는 "호주 대학은 영국의 우수한 대학 제도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ㆍ아시아의 좋은 시스템을 계속 받아들였다"면서 "박사를 취득한지 3~4년 밖에 안 된 젊은 교수들이 많기 때문에 연구와 강의 모두 활기를 띤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서열화돼 있는 한국 대학과 달리 호주 대학은 시드니대는 의학, 뉴사우스웨일스대는 공학 등 저마다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돼 있다. 그래서 호주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강한 대학에 진학한다. 블랙번 교수는 멜버른대를 졸업했고 2005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배리 마셜 박사와 로빈 워런 박사는 각각 서호주대와 애들레이드대 출신이다. ◇R&D 재원배분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원칙=정부로부터 많은 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연구비를 더 많이 타내기 위한 교수들 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연구비 신청자의 30% 정도만 지원을 받는다. 호주 정부는 우수 연구자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연구성과를 극대화한다. 김진우 뉴사우스웨일스대 공대 교수는 "호주도 R&D 예산이 많은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적은 예산이라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면서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이 안되고 정책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연구비 지원도 결국 나눠먹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주는 대학ㆍ공공연구기관ㆍ민간기업이 각각 기초ㆍ응용ㆍ개발연구로 특성화되고 분업이 잘 돼 있지만 산학연 협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 정부도 이점을 의식해 53곳의 협동연구센터(CRC)를 설립해 산학연 간 공동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임삼성 뉴사우스웨일스대 공대 교수는 "호주의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면서 "교양과목을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한 전공 위주의 대학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배출하고 있는 것도 호주가 과학강국이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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