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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산업 정부지원 축소해야
입력2000-04-24 00:00:00
수정
2000.04.24 00:00:00
전용호 기자
정부의 과도한 벤처지원 정책이 오히려 벤처시장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는 벤처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지원이 벤처기업과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벤처버블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현재의 벤처붐은 수차례의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부실 벤처기업들을 퇴출하는등 질적 성장을 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24일 「벤처산업의 발전전망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벤처산업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시장형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처럼 벤처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과거같은 정부역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KDI는 정부지원이 과도하면 벤처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경영실적개선에 노력하기 보다 코스닥 등록 및 증자를 통한 「자본이득」을 우선시하고, 투자자들도 벤처투자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시효를 기존의 2007년보다 당겨 종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1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공공벤처펀드는 민간부문의 투자확대를 구축하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특히 500억원 규모의 「다산벤처」설립방안을 재검토하거나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벤처거품을 조장했다=KDI는 정부가 벤처산업 육성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벤처시장의 발전을 주도하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성소미(成素美)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의 주가변동은 기업본질 못지않게 대중적인 관심의 고조에 따른 영향력이 크다』며 『각 정부부처가 경쟁적으로 벤처 지원시책을 발표하고 언론이 벤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 자체가 벤처버블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 『정부가 외국인 투자유치와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위해 긍정적인 뉴스를 강조하고 부정적인 뉴스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유지해 주식시장의 버블을 키우는데 기여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과 제도의 정비와 하부구조 확충=KDI는 벤처기업의 성장·발전은 기업의 몫이며 정부는 벤처기업을 위한 토양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같은 지나친 지원정책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만 있는 벤처지원 특별법을 앞당겨서 종결짓고, 엄청난 규모의 공공벤처투자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구분이 모호한 「벤처기업 지정제도」를 개선하는 등 각종 제도와 벤처의 하부 인프라를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즉 공시제도를 강화해 기업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및 확산되도록 하고, 시세조정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기술혁신체제의 균형발전 및 효율화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벤처의 미래는=KDI는 코스닥시장이 최근에 급락했지만 이같은 과정은 오히려 벤처산업이 양적성장에서 질적역량 축적의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코스닥시장이 이미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정착되었고 시장인 만큼 부침은 있을 수 있으나 시장본연의 자원배분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KDI는 바라고 보고 있다.
成연구위원은 『현재의 벤처붐은 앞으로 수차례의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벤처기업들은 핵심역량을 축적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갈 것이지만 부실벤처기업들은 퇴출할 수밖에 없다』며 『벤처기업은 성장과정에서 분사,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한 포트폴리오 투자 등으로 국내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 해외첨단기업, 다른 벤처기업간의 연계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용호기자CHAMGIL@SED.CO.KR
입력시간 2000/04/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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