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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플러스] 저금리·저성장·고령화시대… 배당주 투자가 대세

한국 배당수익률 1.1%로 G20 최저 불구

올들어 정부 배당 확대정책에 변화 조짐

삼성전자 등 기업도 주주환원 적극 나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1일 서울사옥 국제회의장에서 자산운용사, 상장법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신배당지수 발표 및 배당활성화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저성장·저금리·고령화 등 '2저(抵) 1고(高)'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배당주 투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배당은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너무 낮은 점이 배당주 투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은 1.1%로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1.9%), 영국(3.6%), 호주(4.4%)는 물론 중국의 3.3%보다도 크게 낮다.

이 같은 낮은 배당률은 자본시장 자체의 매력도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24억달러인 반면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에는 103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대만과 우리 증시의 가장 큰 차이로 배당을 꼽는다. 지난 2011~2013년 3년 간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1.3%에 불과한 반면 대만은 3배에 가까운 3.7%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그 동안 나눔에 인색했던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배당 문화도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배당 확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 7월24일 배당소득 증대 세제 도입, 연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강화, 배당에 대한 주주총회 보고 등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8월6일에는 '2015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세율을 14%에서 9%로 5%포인트 인하했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세금부담도 31%에서 25%로 낮추기로 했으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이 임금 증가, 배당, 투자 등에 지출한 금액이 당기 소득의 일정 비율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의 10%에 해당하는 추가 세금을 부담하게 했다. 이 모든 정책은 기업의 배당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거래소도 최 부총리의 배당 확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거래소는 배당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1일 코스피 고배당지수, KRX고배당지수, 코스피 배당성장지수, 코스피 우선주지수 등 4종의 신 배당지수를 발표하고 27일부터 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인덱스관리팀장은 "4개 배당지수 모두 과거 5년 간 주가수익률이 기존 배당지수인 한국배당주가지수(KODI)와 코스피200지수보다 매우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배당지수의 경우 과거 5년 간 평균 배당수익률이 4%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주주환원정책에 인색했던 기업들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정부의 시책에 호응하고, 친화적인 주주정책을 하기 위해 배당을 큰 폭으로 확대하겠다"며 "내년부터 중간배당을 하는 것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도 올 연말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진 삼성그룹 IR그룹장(전무)는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가가 큰 폭의 약세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제반 사항을 고려해 내년에 주주환원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4분기 실적 발표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보다는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일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시황분석팀장은 "주식 투자자들은 시세차익과 함께 배당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에 투자하는데 저성장·저금리 시대에서 시세차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주식 투자의 초점은 배당쪽에 맞춰질 수 밖에 없고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예금수익률보다 더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배당 확대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저축성예금 금리가 2% 초반대로 낮아졌다"며 "낮은 금리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당은 아주 중요한 투자 유인"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그 동안 지나치게 낮았던 기업들의 배당성향이나 지나치게 부족했던 배당에 대한 기업이나 투자자의 인식이 저금리 고착화와 정부 정책으로 인해 정상으로 복귀하고 있다"며 "2015년 결산 배당부터 적용되는 배당세 감면과 새 배당지수 발표 등 정부의 지속적인 배당 증대 정책과 저금리에 따른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가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배당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배당의 혜택이 일부 주요주주가 아닌 일반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배당 여력이 높은 우량기업들의 주식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 단 팀장은 "통상적으로 배당할 수 있는 기업들은 주가가 높다"며 "개인투자자들도 배당주 투자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액면분할을 통해 황제주를 국민주로 전환해 일반 국민들도 우량 배당주에 대해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린 브르젠크 S&P DJI 디렉터 "배당 활성화 세제개편, 자본시장 전체에 도움"

고병기 기자

"최근 한국 정부가 현금보유가 많은 기업에 대해 세금을 올리고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게 하는 유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배당수익률을 올려 투자자들의 배당 투자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필린 브르젠크(28·사진) 스탠다드앤드푸어스 다우존스 인덱스(S&P DJI) 리서치&디자인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한국 정부의 배당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브르젠크는 지난 7월부터 한국거래소에서 파견 근무를 하며 신배당지수 개발을 도왔다.

그는 "제도 개편으로 기업의 배당이 증가한다면 배당지수는 배당투자에 관심 있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투자지표가 될 뿐만 아니라 배당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배당지수 종목에 대한 펀드자금 유입→배당주 재평가→상장기업 배당 확대→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자본시장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배당 관련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 3월 기준 전체 ETF 시장(1,836조원)에서 배당 관련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82조원) 정도다. 전 세계 ETF 시장(2,664조원)에서 배당 관련 ETF(96조원)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3.6% 수준이다. 반면 국내 ETF 시장에서 배당 관련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배당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배당에 대한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브르젠크 디렉터는 "배당은 주가지수의 총 수익(배당+가격 수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의 경우 1936년 이후로 배당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주가 지수 수익률의 37.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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