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의 자립을 돕는 미소금융사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자발적 사회봉사 참여가 주춤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민간 협력단체에서는 미소금융 대출을 전용할 조짐마저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연내 전국 100여곳의 지점망을 갖추기 위해 지난 1월 말부터 2차 지역 지점 대표 모집 공고를 냈지만 약 13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1차 공고 때보다 지원율이 현격히 하락했다. 미소금융의 한 관계자는 "11곳의 지점 대표를 뽑았던 1차 모집 당시에는 141명이 지원했는데 2차 모집에서는 이보다 지원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2차 모집에서 지원율이 하락한 것은 1차 모집 때보다 상대적으로 허수 지원자들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소금융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초기보다 낮아졌고 미소금융 지점 운영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인식이 퍼진 탓도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 수도권 지점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인으로서 쌓았던 경험을 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점에 참여했는데 대출이 가능한 분들보다 그렇지 못한 분들을 더 많이 접하게 돼 심적으로 압박감이 크다"고 전했다. 다른 지점의 한 관계자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지만 월 100만원 정도인 실비 수준의 급여로는 기본 품위 유지도 어렵다"며 "한때 잘 나갔던 금융인이었는데 옛 동료들을 만날 때면 무능한 사람으로 비쳐질까봐 자격지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미소재단의 경우 운영경비를 최소화해 미소금융사업 재원고갈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지점 담당자들에 대한 급여나 후생을 크게 확충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급여가 나가지 않는 순수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늘려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은행 등이 사내 캠페인 차원에서 벌이는 봉사활동을 제외한 순수 민간인들의 봉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대기업ㆍ은행 직원들의 봉사도 지속성 등의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승유 중앙재단 이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가진 한 세미나 강연에서 "은행원들이 주말이면 왜 등산만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미소금융사업 등에서) 자원봉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소금융을 현장에서 도와주는 민간단체 등이 대출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의 경우 대출을 희망하는 영세상인과 미소금융지점을 연결해주는 상인회 중 일부가 간부들끼리 대출을 나눠 받고 시장 내 상인에 대한 대출 주선은 소홀히 한 상황을 중앙재단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미소금융이 순수한 민생자활프로그램으로 정착하려면 초기부터 지점 규모와 대출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기존의 지점을 내실 있게 운영해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소금융의 성공신화를 빨리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야만 '풀뿌리 금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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