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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덮고 가기(사설)
입력1997-05-27 00:00:00
수정
1997.05.27 00:00:00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이래 여러모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문민정부라는 이름아래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그 첫째다. 취임초 장관·서울시장이 아무런 검증없이 임명됐다가 며칠만에 도중하차했다. 금융·토지실명제에 이르면 할말이 없다. 하루아침에 대통령령 한마디로 뚝딱이었다. 정부기구의 통·폐합도 그렇다. 선진제국에서는 정부구조 개편에 몇년을 두고 장·단점을 논하고 있는 판국에 한달만에 구조가 뒤바뀌었다.그래도 이는 나은 편이다. 김대통령은 올들어 국정을 표류시키고 있는 의혹 가운데 지난 92년 대선자금과 관련, 『자료가 없다』는 한마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마치 취임초의 독선으로 되돌아간 꼴이다.
김정권의 지난 4년간 통치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그만큼 극과 극을 치달아 후유증이 많다는 반증이다. 여기저기서 「깜짝 쇼」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 금융실명제만 하더라도 오는 6월 정기국회에 보완입법이 제출된다.
뿐만 아니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임 노태우대통령으로부터 대선자금을 한푼도 직접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재임 5년동안 재벌들로부터 절대로 돈을 받지 않겠다』고 맹서했다. 김대통령은 『재벌들이 대통령에게 줄 돈이 있다면 이를 종업원들의 후생복지에 써 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들은 모두가 대통령의 말을 믿고 개혁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눈감아 주고 힘을 실어 주기까지 했다. 특히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라든가 군개혁 등은 나름대로 평가 받을만한 공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들어 터지기 시작한 한보사태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같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는 기업들로부터 65억5천만원이나 받아 챙겨 현재 구속 수감중이다. 검찰은 이밖에 현철씨가 상당액수에 달하는 대선잔여금을 은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천문학적인 돈이 여당후보에 유입됐으며 한보로부터도 수백억원이 흘러 들어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에대해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세세한 자금의 공개가 아니다. 내용을 일일이 밝히지 못하더라도 대체적인 윤곽을 국민앞에 「고백」,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경제단체들도 돈정치의 청산을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다.
온 국민이 고비용 정치구조의 타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더이상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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