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기를 맞은 부시 대통령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무려 4,000만달러를 들인 성대한 취임식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지만 부시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에 대해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이라크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부시 정부에 대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반면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내치(內治)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와 함께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케리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지만 분열된 국론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이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지지도는 45%,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39%로 나타났다. 재선에 성공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부시 대통령만큼 지지도가 낮았던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부시 2기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개혁 ▲세법 개정 ▲이민법 개정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자들보다는 반대자들이 더 많다. 특히 부시가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한 여론은 아주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부시는 현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부분적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부시는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 퇴직연금을 받을 때가 되면 그동안 낸 연금액수보다 더 적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며 부분적 민영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영화가 오히려 사회보장제도의 개악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론이 많다. 의회예산국(CBO) 등 전문기관들은 민영화로 연금혜택이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그래서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한 반대 여론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워싱턴포스트ㆍ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사회보장제도 개혁방안에 대한 반대 비율은 55%에 달하는 반면 지지 비율은 38%에 그쳤다. 경제, 교육, 의료, 사회보장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반감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52%는 부시의 경제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58%,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51%가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부시가 2기 정부에서 효과적으로 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보장제도 개혁, 세법 개정 등 주요 정책 과제는 의회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공화당은 오는 2006년으로 예정된 중간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민주당도 이 기회에 차별적인 모습을 통해 지지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토마스 만 연구원은 “부시 2기 정부에서는 의회가 매우 당파적이고 논쟁적인 성격을 드러낼 것”이라며 “초기에는 정부예산,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의 문제를 놓고 상당한 갈등을 빚어내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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