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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동기식 IMT-2000인가

지난 2001년 통신시장을 후끈하게 달궜던 동기식과 비동기식 IMT-2000 사업 우위 논쟁이 결국 비동기식 사업자의 승리로 결말을 맺게 됐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이 "LG텔레콤이 동기식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만큼 가급적 빨리 법률적 검토를 마친 뒤 청문회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IMT2000 사업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한 하나의 주파수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휴대전화로 세계 어디에서든 얼굴을 보며 통화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기대감때문에 통신사업자는 물론 일반 기업들까지 컨소시엄에 참여, 1조3천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갹출했었다. 정통부는 당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종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동기식과 비동기식 사업자를 각각 선정, 동기식의 발전은 물론 세계 조류에 맞는 비동기식 서비스를 동시에 개발한다는 정책 목표 아래 2개 비동기식 사업자, 1개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통부는 특히 유럽통신방식(GSM)의 진화된 형태인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를 비동기식, CDMA EV-DV(Data & Video)를 동기식 IMT-2000으로 규정하고 사실상의 3세대 기술인 CDMA EV-DO(Data Only)는 기술의 진보로 규정하고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2세대(G)망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분위기는 온 국민의 절반 이상을 가입자로 갖고 있는 SK텔레콤과 2위 사업자인 KTF가 동기식 사업자가 되고 LG텔레콤이 비동기식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SKT가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염두에 두고 전격적으로 비동기식으로 전환, KTF와 함께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됐고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LGT는 LG그룹 차원의 통신시장 전면 철수설까지 나온 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로 동기식IMT-2000 사업자 허가를 받았다. 정통부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 출연금을 대폭 삭감해주고 이를 분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한국의 이 같은 IMT-2000 사업자 선정 결과는 곧바로 세계시장 특히 CDMA시장에 영향을 주었고 특히 독점적으로 CDMA 칩을 생산ㆍ공급하던 미국의 퀄컴은 EV-DV 기술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EV-DO 기술을 개량한 `리비전A(rA)' 수준에 머무르며 오히려 WCDMA 기술개발에 나섰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2003년 EV-DV 칩과 시스템을 개발, 미국의 스프린트와 넥스텔에 이를 수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에 부딪쳐 결국 한국 최초의 통신장비 미국 본토 수출이 좌절된 이후 동기식 IMT-2000 기술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불과 600만 정도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칩과 시스템을 개발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들도 평탄한 길을 간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전세계 로밍이라는 꿈이 이미 해당 주파수를 모두 매각한 미국, 과도한 주파수 경매대금으로 인한 유럽 통신사업자들의 자금부족 등으로 WCDMA로 직행하지 못하고 GSM보다 약간 진전한 2.5세대 GPRS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통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 비동기식 사업자들이 사업 착수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한차례 연장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2006년들어 유럽 등에서 WCDMA보다 진전된 HSDPA(초고속하향패킷접속기술)에 대한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면서 NTT도코모와 협력체계를 갖춘 KTF는 적극적으로 HSDPA에 대한 투자에 나섰고 SKT도 2세대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통신시장에 진출한 SKT의경우 3G 성공을 발판으로 향후 BT나 도코모처럼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과연 동기식 IMT-2000 사업을 고집, 국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과연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정부 공무원으로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한계를 뛰어 넘어 리비전A를 과거처럼 기술의 진보로 인정하고 이통 3사가 이를 기존 2세대망에서 서비스하도록 정책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CDMA 관련 산업의 진흥과 새로운 기회의 모색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HSDPA의 경우에도 개별 통신사업자가 전국망을 새로 구축하도록 하기 보다 기지국 공용화 등을 통해 중복 과잉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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