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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62.‘일하는 출협’을 위하여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1947년 창립되어 지금까지 우리나라 출판계를 아우르는 구심체가 되고 있다. `출판 자유의 확보와 출판문화의 건설 및 향상 발전`(창립 당시 회칙 제3조)이라는 가치를 세우고 출범한 출협은 그 동안 정부의 출판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하면서 한국 출판산업이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우리나라에 근대식 출판이 시작되면서 초기 출판인들은 일제에 대한 저항과 애국 애족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국민교육과 계도를 담당한다는 긍지가 높아 출판인들의 구심체인 출협 회장이나 임원역시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나는 82~87년까지 이사로, 88년에는 상무이사, 90년부터 부회장직을 맡아 오다 94년부터는 상근 부회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가까이 지내는 여러 출판인들로부터 부회장을 6년이나 하면서 협회가 나아갈 방향이나 할 일에 대해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으니 직접 회장이 되어 `일하는 출협`을 만들어 달라며 회장 출마를 적극 권유 받게 되었다. 부회장으로 있는 동안 `ISBN 및 POS 제도도입 추진위원장`, `책의 해 조직위 사업분과위원장`, `독서새물결운동 추진위 사업분과 위원장`으로 부지런히 뛰던 내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출판인으로 기반을 잡은 만큼 내가 몸담고 있는 출판계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돈을 벌게 해 준 사회에 대해서 일부나마 환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회환원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는 오랜 생각 끝에 출협 회장에 출마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내 힘으로 출판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출판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뿐 아니라 출판계가 더 좋은 책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독자를 위하는 일, 사회를 위하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제42대 출협회장 경선에 출마했다. 제41대 회장 선거 때부터 직선제로 바뀐 이후 회장 경선은 자못 치열해졌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열기만은 못했지만 상당 기간 동안 준비도 하고 선거 캠프도 마련하고 선거운동도 필요했다. 다행히 가까이 지내던 많은 출판계 동료들이 자진해서 도움을 주었다. 나는 출마의 변에서 `우리 출판계가 새로운 변화의 문턱에 서 있음을 누구나 인정하듯이 나 역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선배들만큼 지혜롭고 젊은 동료들만큼 젊게 우리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으며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협회, 회원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협회,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는 힘있는 협회, 세계로 뻗어 가는 국익증진의 협회로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출판을 산업으로, 협회를 단합으로` 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당시 출판계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한 팜플렛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돌렸다. 내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출협과 회원사간의 원만한 대화창구 마련과 서점ㆍ인쇄ㆍ제지ㆍ제본 등 출판 관련업계와의 연대강화ㆍ출판물 무단복사 행위근절ㆍ출판계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의 지원 확보ㆍ출판물 유통의 현대화 등이었다. 모든 선거운동은 출협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에 어긋나지 않아야 했다. 다행스럽게 이날 선거에서 나는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3년 임기의 출협 제42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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