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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기득권층과 카르텔까지 구축… 규제 무기로 권력 휘둘러

관료집단 혁신 왜 필요한가

행정집행력 내세워 각종 법안·규칙 등 만들기 일쑤

기득권과 카르텔까지 구축… 액션플랜 실행 쉽잖아

朴정부, 철밥통 문화 깨려면 결단력 갖고 추진해야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는 기획재정부 건물 앞이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인접한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출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당초 담장을 없애 부처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김능현기자


하늘에서 보면 '용(龍)'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세종청사는 당초 개방된 '열린 공간'으로 설계됐다. 각 동의 저층부를 기둥만 있는 필로티 공법으로 건설, 담장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처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2012년 말 문을 연 후 1년 반 가까이가 흐른 세종청사의 모습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혁신은 사라졌다. 보안을 목적으로 각 동마다 담장을 치면서 개방성은 사라졌고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소통은 불가능해졌다.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담장 탓에 20분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길이 됐다. 보안시설로 지정돼 인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할 수 없게 돼 청사 외부에서 옥상 정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1동(국무총리실 입주) 건물의 옥상정원 길은 폐쇄됐다. 지리적으로나 공간구성에서 민원인이나 기업인들이 찾아오기 힘들 정도로 세종청사는 하나의 '섬'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머리로만 혁신'을 외치는 관료사회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공직사회는 혁신의 타깃이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관료인 내가 봐도 낯뜨거운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위와 아래가 다르고 실행의 정도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표현할 정도 강한 의지를 갖고 규제혁파를 외치고 있지만 관료의 변화 없이는 여느 정권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허언(虛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공무원 100만명 시대…여전히 1순위 혁신의 대상=지난해 6월 기준 국가·지방공무원은 100만6,474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사회보장기금·비영리기관 등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 부문 인력은 139만1,000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대비 5.7%를 차지한다. 물론 OECD 회원국 평균이 경제활동인구 대비 15%인 데 비하면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그래도 공무원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한 해 360조원 가까운 예산을 갖고 국가를 직접 운영한다. 각종 법안과 시행령, 규칙 등을 만들고 '공권력'도 갖고 있다. 때문에 공직사회가 '행정집행력'을 무기로 딴죽을 걸기 시작하면 그 어떤 것도 쉽게 할 수 없다. 경제계가 공직사회에 눈치를 보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도 이런 역학관계 탓이다.

때문일까. 공직사회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월 경제학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등에서도 '혁신이 미흡한 가장 큰 이유'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0%가 '변하지 않는 관료사회'를 꼽았다. 수십년째 혁신의 대상이 됐고 스스로 많은 변화를 했다고 자평하고 있는 관료사회에는 충격일 수는 있지만 전문가 집단의 시선에도 '관료사회'는 여전히 혁신의 1순위가 돼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도 비슷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국 성인남녀 6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혁신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22.8%로 정치권(32.7%)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관료혁신 없이는 '이노베이션 없다'=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는 "관료개혁 등이 빠진 박근혜식 경제개혁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경제혁신에 앞서 '관료혁신3개년계획'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료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결국 변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의 평가도 비슷하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벤처 지원에 대해 "소용없다"며 말을 잘랐다. 그는 "2000년대 벤처 붐이 성공한 이유는 관료들이 벤처에 대해 잘 몰랐던 덕에 민간에서 각종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규제도 많고 지원도 많아졌지만 모두 관료의 권력만 늘어난 꼴"이라고 지적했다. 관료가 새로운 것을 알수록 늘어나는 것은 규제이고 그들의 권력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관료들이 기득권 집단과 카르텔을 구축한 상황에서는 규제혁파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혁신3개년계획' 등의 액션플랜은 실행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부처 간 밥그릇싸움부터 '의도적인 불통' 등을 통한 견제가 횡횡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게 정책의 혼선이다.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 파동은 물론 △경제혁신3개년계획 혼선 해프닝 △공공기관 정상화의 낙하산 방지 허탕 논란 △개인정보보호 관련 텔레마케터 영업 전면제한 번복 소동 △수서발 KTX로 철도파업 겪은 뒤에야 불법파업 보완대책 마련 추진 △코넥스 출범 후 불과 100여일 만에 보완대책 발표 △소득세 증세 관련 중산층 기준 수정 파동 △4ㆍ1주택시장정상화대책 이후 보완책 남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관료의 변화 없이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면서 "관료 역시 이익집단화돼 있는데 공무원·군인연금 개혁에 대한 저항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결단력을 갖고 추진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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