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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S사는 일반 공모 당시 6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상장 첫날 하한가를 맞았고 이후에도 쉴 새 없이 주가가 곤두박질 쳐 현재는 공모가의 60% 안팎에 불과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S사의 성장 유망성을 강조하며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리던 주관사는 상장 이후 단 한건의 보고서 조차 내지 않은 채 S사를 내팽개쳐 놓고 있는 상태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해 상장 주관 증권사들이 해당 기업 보고서를 내도록 의무화한 한국거래소(KRX)의 규정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제재 수단이 사실상 없어 보고서를 내지 않는 증권사가 대다수인 데다 그나마 나온 보고서도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의 주관을 맡은 증권사에 대해 해당 기업 상장 이후 최소 2년간 반기별 1회 이상의 보고서를 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점검을 한 결과 해당 증권사가 반기당 보고서를 한번이라도 낸 경우는 48.3%(대상 회수 259회 중 125회ㆍ20일 현재)에 불과했다. 상장 주선인의 의무 사항을 이행하는 경우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올해초 에이치디시에스 상장 주관을 맡은 후 올 상반기 동안 단 한 차례의 보고서도 내지 않았고, HMC투자증권(14.3%ㆍ이하 괄호 안 보고서 게재율ㆍ반기 기준), 하나대투증권(25.0%), 한국투자증권(33.0%), 우리투자증권(36.8%) 등도 보고서 제출 의무에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장 주관사들의 이 같은 의무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위반에 따른 제재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KRX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면 보고서 미제출 증권사들을 증권시장지에 게재토록 하고 있으나 시장지는 예전 실시간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을 때 증권 관련 정보를 싣던 것으로 현재는 사실상 내지 않고 있다”며 “해당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을 만나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은 증권사 내 리서치센터에서 관리하는 종목 범위에 들지 않는 것이 많아 그나마 나온 보고서도 ‘수박 겉핥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솔직히 말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대부분은 증권사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해당 기업을 맡을 만한 애널리스트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연차 어린 연구원들이 도맡는 게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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