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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11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은 한때 해체 위기까지 내몰렸다.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조달 금리는 치솟았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특히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 체계를 중심으로 공동경제구역을 형성한 유로존 국가들은 경제위기 앞에서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던 유럽은 이제 부활의 서곡을 울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방만한 재정 운영 탓에 벼랑끝 위기에 내몰렸던 남유럽 국가들은 ECB로부터 대규모 자금 수혈을 받는 댓가로 강도 높은 재정긴축에 돌입했다.
2년여에 걸친 대수술은 이제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2·4분기 이후 유럽의 국내총생산(GDP)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재정위기의 주범이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기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나타내자 이들 남유럽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발행 금리는 재정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유럽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돌고 있는 가운데 그 정점에는 EU 내 최대 경제국인 영국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1.8% 성장하면서 2007년 이후 최대 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서 올해는 2%대 중반의 성장이 예상된다. 경기회복세가 확대되면서 영국 증시는 지난해 14% 상승해 1999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불과 3% 남짓 남겨놓고 있다.
영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내수경기의 회복을 꼽을 수 있다. 영국은 GDP의 78%가 서비스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민간소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사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영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난해부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민간소비가 지난해부터 비로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영국의 민간소비만 놓고 보면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불린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동안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던 영국의 소비는 지난해 2.3% 늘어나면서 다시금 성장엔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2011년말에 8.4%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영국인들이 가처분소득을 높이고 있다. 2011년말 5.2%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1.9%까지 떨어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한결 가볍게 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본격적인 내수소비경기의 회복은 주식시장에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헬스케어와 유통, 개인소비재, 여행 및 레져 등 내수소비와 밀접한 종목들이 지난해 이후 영국 증시의 상승률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경제회복의 두 번째 배경은 바로 부동산이다. 영국의 부동산 경기는 지난해 이후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영국의 주택가격은 9.6% 상승했다. 모기지 대출건수 역시 20%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의 회복세는 올해 들어서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지난 1월 모기지 대출은 7만 7,000건에 육박하면서 2007년 11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 2월 주택 가격 상승률은 7.9%로 역시 2007년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영국의 부동산 경기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영국 정부는 헬프 투 바이(Help To Buy) 프로그램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해 예산안을 확대한 '헬프 투 바이 2'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영국중앙은행(BOE)는 낮은 물가부담을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후 주택가격이 바닥에서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2000년대 중반 수준이라는 점도 향후 추가적인 주택가격 상승세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부동산 경기의 활황은 증시에서 관련주들의 강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관련주는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업종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내수경제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영국이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 지역의 분리 독립 문제다. 1707년 영국에 통합되어 300년 동안 영국의 일부였던 스코틀랜드가 올해 9월 18일에 분리독립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시행한다. 만약 과반 이상이 분리독립에 찬성할 경우 오는 2016년을 기준으로 영국 영토의 30%, GDP의 8%를 차지하는 스코틀랜드는 310년 만에 독립국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역사, 사회, 문화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복잡한 문제다. 당장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국 금융기관들은 기축통화인 파운드화를 쓰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에 직면하고, 북해 유전 지분의 90% 가량도 스코틀랜드에 귀속될 전망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시장에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은 내수와 부동산 경기의 회복을 통해 부활을 꾀하고 있는 영국 경제에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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