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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는 혼합형펀드가 투자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혼합형펀드는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하이일드 등 채권에도 상당 부분 투자할 뿐만 아니라 차별적인 운용전략을 곁들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흰 쌀밥'에 싫증을 느낀 투자자들에게 나물을 곁들여 영양가를 높인 '비빔밥' 펀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혼합형펀드에는 연초 후(이달 19일 기준) 1조2,939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같은 기간 6조7,49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혼합형펀드는 국내 채권과 주식 또는 이들과 관련된 파생상품과 펀드 등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자산배분형·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채권알파형·하이일드혼합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운용 과정에서 자산총액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혼합형펀드는 주식 비중을 크게 낮추고 채권과 같은 주식 외의 상품 투자를 병행한다. 혼합형펀드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혼합형펀드의 인기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각광 받는 투자 풍속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박스권 증시가 3년 넘게 지속돼 온데다 경기 불확실성마저 증폭되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기대수익이 낮은 대신 변동성과 위험도가 덜한 상품들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였던 롱쇼트펀드가 올 들어 부진하면서 혼합형 상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석원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은 "혼합형펀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원조 격"이라며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만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을 낮추는 운용전략은 실제 수익률로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연초 후 국내 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은 2.87%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1.99%)을 1%포인트 가까이 웃돌고 있다. 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변동성을 피하는 운용전략을 펴면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개별 혼합형 상품 가운데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종류A'(12.43%), '하이실적포커스30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C-A'(8.04%),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7.94%) 등이 연초 후 우수한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까지 가미해 고수익을 달성 중이다. 커버드콜 전략은 평소에는 주식 현물에 투자하다가 현재 주가보다 약간 높은 행사가격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도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받은 프리미엄만큼 손실이 보전되는 효과가 있다. 주식형펀드보다 채권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동시에 주식운용 과정에서 손실 보전 전략을 가미해 주식의 위험도를 최대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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