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미국에서 열리는 애플의 공동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갖는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애플 CEO인 쿡의 초청으로 이날 저녁(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리는 잡스의 추도식에 자리를 함께 한다. 추도식 이후 이 사장은 쿡 CEO와 따로 만나 특허 분쟁 등 최근 양사 간 현안과 전반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양사는 현재 독일ㆍ네덜란드ㆍ호주 등에서 모바일 기기 특허침해를 놓고 벼랑 끝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CEO가 이 사장을 직접 초청하고 회동을 갖기로 하자 삼성전자와 애플 간 대타협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지재완 삼성SDI법무팀장을 삼성전자의 IP센터로 전보 발령하는 등 애플과의 대타협을 위한 플랜B 가동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지 팀장의 전보발령 시점이 이 사장의 추도식 초청장 접수 이후 이뤄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한참 소송을 벌이고 있었지만 물밑에서 애플이 초청장을 보내자 삼성전자가 이를 화해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상응하는 대응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 사장은 잡스, 쿡 CEO와 공식ㆍ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부품 제조사와 수요처와의 만남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양동작전(전면전 공세와 대타협)이 본격적으로 애플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는 적극적인 특허 대응만 있을 뿐 화해 시도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이건희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놓고 그룹 경영진의 초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해왔다. 이에 대해 전자ㆍ특허업계는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라며 "특허 소송에서 일방적인 승리와 패배가 없는 만큼 대타협을 위해 오히려 삼성전자와 애플이 겉으로는 더욱 강경한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 역시 삼성과의 전면전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소송의 초기 양상은 애플 측에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통신 분야에서 막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반격이 본격화되면 애플 역시 막대한 출혈을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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