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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KAI 민영화 결국 백지화

현대중공업만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포기해 유찰<br>박근혜·문재인 부정적 입장 따라 향후 매각 과정 진통 예고


올해 최대 기업 인수합병(M&A)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KAI 민영화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차후 매각진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핵심 현안이 또 한 번 정치논리에 휩싸여 파열음을 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대한항공은 KAI 매각을 위한 본입찰 마감일인 17일 투자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 산업을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업다"면서도 "실사 결과 KAI 주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KAI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현대중공업은 이날 투자제안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이번 입찰에 불참하면서 매각은 또다시 유찰됐다. 국가계약법상 국가가 매각주체인 거래에서 경쟁입찰이 되지 않을 경우 유찰 처리한다. 이로써 이미 두 번이나 유찰됐기 때문에 매각주체인 정책금융공사가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진행은 사실상 중단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매각완료 시기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된 상황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KAI 민영화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 16일 열린 제3차 TV토론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영화는 항공우주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역행하는 것"이라며 KAI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역시 이날 토론에서 "한국 우주산업은 KAI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영화 과정에 대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KAI 인수를 추진했던 대한항공이 인수경쟁을 목전에 두고 포기한 데는 정치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입찰현장에 직원을 파견한 뒤 막바지까지 제출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진 BS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각이 차기 정권까지 가면 결국 민영화 반대 목소리와 정치권의 입장이 맞물려 매각건이 무산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올해 유찰될 경우 매각은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책금융공사도 이날 "경쟁입찰을 예상했기 때문에 향후 수의계약 여부는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주요 산업계의 판단이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데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린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곧 기업의 리스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무엇보다 민영화 이후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등 산업적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화 입장도 달라지게 된 것"이라며 "정치권이 정경유착 등의 이유로 흔들리지 말고 민영화 합의를 도출해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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