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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D-1 호갱 탈출구 해외직구] "직구 고객 발길 돌려라" 국내기업 비상

연중 할인행사·전용 서비스 도입 등 수성책 마련 분주

中 등 현지업체와 손잡고 온라인 쇼핑몰 세우기도


해외직구 시장이 단기간에 팽창하면서 국내 제조사와 유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류 특수'의 수혜를 누릴 새도 없이 국내 고객이 직구로 눈을 돌리는 바람에 해외 고객 유치 못지않게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소비자까지 붙잡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호갱 공화국'이라는 인식을 단기간에 씻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기꺼이 선택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G마켓이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앞두고 국내 소비자 2,500여명을 대상으로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가 '관세나 배송비를 고려해도 국내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고 17%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늦게 배송이 되고 결제방식도 복잡하지만 '가격'과 '상품'이라는 조건만 충족되면 환불이나 반품이 어렵다는 단점을 감수하고라도 해외직구를 선택하겠다는 얘기다.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불신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사면 바보'라는 핀잔을 받을 정도로 국산 제품의 해외 판매가와 국내 판매가에 차이가 나면서 그간 대기업과 유통업체의 배만 불려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로 각 나라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격 거품이 낀 제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직구의 파급력이 단순한 열풍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자 국내 기업들도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고 해외직구 전용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해외직구 엑소더스'에 맞서 뒤늦게 시장 수성에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2층에 해외직구상품 전문매장인 '비트윈'을 열었고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을 전면적으로 단장하고 대대적인 광고전에 나섰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사실상 연중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업계도 중국 현지업체와 손잡고 온라인쇼핑몰을 설립하는 등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호갱 공화국'의 오명을 씻고 해외직구에 따른 타격을 만회하려면 국내 기업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고객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영업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이윤을 취할 수 있었지만 상품의 유통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해외직구 시대에는 역효과만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직구 시대에 국내 기업이 단순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은 이윤을 최소화하는 대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고 외국인 전용 쇼핑몰을 개설하는 등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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