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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ㆍ칠레 FTA 무산되기까지] 농민표의식 정치권 이해 엇갈려
입력2004-02-10 00:00:00
수정
2004.02.10 00:00:00
구동본 기자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비준 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처리가 9일 찬반토론과 투표방식 논란으로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다가 결국 또다시 연기됐다.
이에 따라 FTA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는 세차례 모두 실패했다. 국회는 다음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오는 16일께 FTA 비준안의 네번째 본회의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출신과 농촌출신 의원간 찬반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다음주 초 열릴 본회의에서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무려 17명의 의원이 FTA 비준안 관련 찬반토론에 나서 3시간 가량이나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찬반토론이 끝난 뒤 “투표방식에서 무기명 투표와 기명투표 두가지 안이 제안돼 먼저 투표방식을 표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의장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 등 54명이 제안한 무기명투표안과 민주당 이정일 의원 등 58명이 제출한 기명투표안 가운데 무기명투표안을 먼저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박 의장은 이어 곧장 기명투표안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명투표 요구안을 제출한 농촌출신 10여명의 의원들과 박 의장간 기명투표와 전자투표의 차이에 혼란을 느끼면서 소동이 빚어졌고 결국 정회로 이어졌다. 이에 박 의장은 “내가 투표결과를 예상하고 일부러 그랬다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국회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논의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한 뒤 각 당 총무를 의장실로 불러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박 의장은 총무회담중에 “현행 국회법에 따라 절차상 하자가 없는데도 회의를 방해하거나 항의한 의원들의 사과가 없을 경우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총무회담장에서 농촌출신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를 한 뒤 이날 저녁 11시께 본회의를 속개, “투표방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에 사과한다”며 총무회담에서 합의한 FTA 처리 연기를 선언했다.
국회는 이날 농촌출신 의원들도 참석한 총무회담에서 FTA 체결에 따른 피해 농민들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측에 전달하고 오는 11일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허상만 농림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농림해양수산위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국회는 이번주말까지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이 FTA 비준안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 개별접촉을 통해 설득한 뒤 이르면 오는 16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계획이다.
박 의장은 정회도중 고건 총리와 김진표 부총리를 의장실로 불러 농촌의원들과 함께 협의를 가진 뒤 이같은 방침을 밝히고 10일 정부측과 각 정당 농촌출신 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타협점을 찾도록 중재했다. 박 의장은 “금주말까지 모든 타협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지만 농촌의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데다, 정부측의 농촌지원대책을 놓고 농해수위에서 적절한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 동의안 처리는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표결 시도는 지난해 7월8일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지난해 12월29일과 지난달 8일에 이어 세번째 처리 시도였다. 지난 두번의 시도는 농촌출신 의원들의 물리력 저지에 의해서였고 이번엔 표결방식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이해타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정치권이 선거 때문에 국가간 협정비준 동의안을 7개월째 미루면서 국가적 위신과 신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칠레 하원이 지난해 8월 통과시킨 비준안을 한국 국회의 늑장 처리로 비준안 발효가 미뤄지면서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위기를 자초하게 됐다는 비판론도 거세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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