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풍자 작품의 미학적 판단으로 크게 나뉜다. 전시에 사전 검열이 작용했다는 심각한 문제와 함께 노골적인 해당 그림이 과연 풍자와 해학의 예술적 승화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번 특별전은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라는 제목으로 지난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광주비엔날레 태동의 근간인 '광주 정신'을 되새기고자 '국가 폭력'을 주제로 기획됐다. 17개국 57명의 작가가 참여해 광주와 유사한 경험을 지닌 오키나와·타이완·제주 등의 사례에 미학적·사회적으로 접근하려는 취지였다. 광주 민주항쟁의 지역적 정신을 보편적 역사정신으로 세계와 공유하고자 한 의도도 훌륭했다.
그러나 8일 광주비엔날레 측이 홍성담 작가의 그림 전시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께 전시장에 도착한 가로 10.5m 세로 2.5m의 '세월 오월'은 홍 작가의 주도 아래 지역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완성한 것으로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이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표현했는데, 작품 속에 대통령이 허수아비로 묘사된 것. 이를 두고 광주시가 수정을 요구한 게 불씨가 됐다.
이어 10일 전시 총괄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떠한 문제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이 광주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며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2일에는 이번 특별전의 대표작인 나치 시절 저항작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을 출품한 사키마미술관을 포함한 '오키나와 작가'들이 전시 참여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 모든 상황이 마치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나라님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 표현을 제한함으로써 대중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과 이를 둘러싼 점입가경이 문화융성을 기치로 내 건 이 시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담하다.
일각에서는 홍성담의 작품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미학적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13일 큐레이터들과 토론 끝에 "홍성담의 작품 '세월오월'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대 토론회를 9월 16일 개최할 것"이라는 합의를 끌어냈다. 큐레이터들의 토론장에서는 "예술은 예술의 이름으로 해답을 찾을 것" 등의 비장한 말이 오갔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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