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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로비 주역바뀐다
입력1999-06-25 00:00:00
수정
1999.06.25 00:00:00
문주용 기자
미 경제의 주도권이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첨단 기술산업 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이 펼치는 대정계 로비행태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26일 발행 예정인 최신호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잠잠하던 미국 재계의 대정계 로비가 최근 들어 주목할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전후 최장기간인 9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미 경제호황의 주역, 즉 「실리콘 밸리」출신 기업들이다.
로비가 합법화되어 있는 워싱턴 정가에서 이같은 산업계 로비의 변화를 대변하는 실례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15일. 200년 1월1일 컴퓨터가 연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른바 Y2K와 관련, 이로 인한 피해청구 상한선을 25만달러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미 상원에 통과된 것이다.
워싱턴 정가는 이를 두고 클린턴 미 행정부가 들어선 후 정부측 변호사들에게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미 재계가 모처럼 변호사 집단을 누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97년~98년간 사상 최고인 4억2,0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 정계를 살찌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미 산업계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한 법무부의 공정거래 위반 소송 담배회사들의 몰락 폭력성 영화에 대한 클린턴의 비난 등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비협조로 몸을 움츠려왔다.
물론 그동안 산업계의 입김이 정계에 잘 먹히지 않았던 것은 일본의 경단련처럼 목소리를 한데 모을 단체가 없다는 점이 한 이유다.
또 해외에서 매출의 절반을 올리는 다국적 기업이 미 정계보다는 아시아의 중심인 도쿄나, 유럽의 정치 수도인 브뤼셀에 로비력을 집중시켜왔다는데도 이유가 있다.
때문에 이번 「Y2K」법안 통과로 승전고를 올린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승리는 목소리에 힘이 빠진지 오래인 미 산업계에 한줄기 서광인 셈이다.
첨단 기술업체들의 로비가 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제조업 입장과는 다른 논리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대부분 기업들은 환경보호 법안이라면 무조건 반대했지만 요즘은 환경오염 방지를 주 사업으로 하는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과, 아예 환경오염과는 무관한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이 관련 법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자유무역, 감세 등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이와 함께 이들 첨단기술 기업들이 특별히 친공화계니, 친민주계니 하는 이념적인 당파성을 갖고있지 않은 게 오히려 미 정계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결과 민주당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 해외로부터 고급기술 노동자를 수입하자며 재계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인 앨 고어 후보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Y2K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측이 승리를 확정짓기에 앞서 넘어야할 마지막 고비인 셈이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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