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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시멘트·유화 직격탄… 비용 늘어 투자마저 줄여야 할 판

■ 내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올해 2배로<br>미국·중국 한발 빼는데 정부는 사업속도 높이고<br>셰일가스도 반영 안해… 업계 "가동 멈추란 것"


정부의 온실가스(CO2) 감축계획은 사실 예정돼 있는 스케줄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할당량이 2배나 많아진데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환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돈을 쓰다 보면 정작 신규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환경이 순수한 개념이 아니라 기업에 새로운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를 감안할 때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기업인들은 요구하고 있다.

◇철강ㆍ시멘트 등 힘든 업종 부담가중=당장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에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같은 상위 3개 업종이 전체의 68%인 650만톤을 내년에 줄여야 한다. 이들 업종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가장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업종이다.

가장 목표량이 많은 기업은 포스코로 산업 부문 할당량의 26%인 248만톤을 줄여야 한다. 현대제철(48만7,000톤), 쌍용양회(44만3,000톤), 동양시멘트(28만4,000톤) 같은 상위 10개 기업이 산업 부문 전체 감축량의 53.7%를 담당해야 한다.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생산을 줄이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관리업체로 지정된 80개사가 내년도 감축규모를 놓고 지난 8∼9월 정부와 1대1 협상을 벌였지만 12개 업체가 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감축안이 전격 발표됐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감축안을 지키려면 공장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 수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목표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본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업계가 당장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높은 목표치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려면 생산 자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시멘트를 덜 생산하고 석회석 분말 등 다른 첨가제를 넣어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들도 부담스럽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R&D) 인력도 부족한데다 여건상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신경 쓰기가 어렵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하고 중국이나 미국 같은 주요국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축목표량을 정부가 제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조치라는 비판도 있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불확실성만 더 커진다"며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신경 쓰다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의 투자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셰일가스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서 새로 떠오르고 있는 논란거리다.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이 늘어나고 있는 셰일가스는 천연가스의 일종으로 석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30~40%가량 적다. 즉 셰일가스 사용비중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 우리나라도 오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셰일가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부분은 현재 반영되지 않고 있다.

◇어차피 맞을 매 빨리 맞는 게 좋다=정부는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반발에도 내년도 온실가스 감축량을 올해의 2배로 올리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서 늦어도 2020년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앞서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30%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지식경제부가 내년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대해 산업 부문은 전기차 550만대를 도입하는 것과 비슷하고 발전에서는 50만kW급 화력발전소 2.5기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업체들이 시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있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내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설을 만드는 데 투자한 돈은 세액공제 대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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