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쇼핑몰, 운영권 갈등 표출

밀리오레·누죤 분양주들 재산권 행사나서요즘 동대문 패션쇼핑몰에서는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와는 달리 상인들의 속마음은 편치않다. 쇼핑몰 운영을 둘러싸고 개발주체인 쇼핑몰측과 점포를 분양받은 점포주들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까닭이다. 소매전문 쇼핑몰 밀리오레서는 분양주들이 재산권과 상가운영권을 찾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는 한편 도매전문점을 표방하고 22일 오픈한 누죤의 분양주들은 운영권을 넘기라는 쇼핑몰측의 요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원인

쇼핑몰을 둘러싼 갈등은 복잡한 소유 및 운영체제가 원인(遠因)이다. 쇼핑몰을 배경으로 건물을 지어 분양한 개발회사(개발주)와 이로부터 분양받은 점포주(등기분양주·구분소유자) 및 점포주에게 세를 주고 장사하는 상인들의 모임인 상가운영위원회(상가회) 등이 있다.

명확한 구분이 힘든 이유는 이들이 혼재하기 때문. 개발주가 일부 점포를 소유하고 있고 분양받은 사람이 직접 장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표면상으로 상가운영위원회가 쇼핑몰의 운영을 담당한다. 상가 1층을 어떤 컨셉으로 하느냐, 상가 문을 몇시에 열 것이냐, 언제 휴장을 할 것이냐 등을 결정한다.

운영위원회는 업무특성상 개발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광고, 홍보 등대외업무는 개발자가 나서서 하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

◇갈등의 표출 지난주말 잡화점을 하고싶은 K씨는 오픈을 앞둔 쇼핑몰에서 임대분양 브로커를 만났다. 6층에 괜찮은 자리가 있다며 1년동안 상가를 빌리는데 보증금 1,500만원, 월세 70만원에 프리미엄 600만~ 700만원을 요구했다. 여기서 보증금과 월세는 점포주들의 손에 들어가며 프리미엄은 브로커 및 쇼핑몰 개발자들의 몫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프리미엄 뿐 아니라 상가운영과 관련, 상인들로부터 징수하는 여러 명목의 회비 및 쇼핑몰 운영으로 남는 수익금을 두고 분양주들이 개발주-상가회와 마찰이 빚어진다. 분양주들은 건물(점포) 주인은 자신들인데 왜 다른 사람들이 이익을 챙기느냐는 것.

지난 2년동안 상가운영위원회에 「임대에 관한한 모든 사항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써줬던 밀리오레 임대주들은 오는 8월 계약만료를 계기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한 누죤의 경우 개발주가 상가운영을 맡겠다며 분양주들에게 위임장을 강요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물리적인 충돌도 나타나고 있다.

◇동대문상권 성패가 달렸다

현재 동대문시장의 패션쇼핑몰이 메션메카로 자리잡고 외국인의 쇼핑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상가운영위원회나 개발주들의 홍보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다.

상인들은 한둘도 아닌 수백명의 분양주들이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설 경우, 동대문 패션몰의 장점이 사라질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밀리오레의 상인 Y씨는 『상가를 부흥시키는 것은 몇년에 소요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특히, 분쟁의 와중에 거상(巨商)들이 떠나버린다면 동대문 상권 전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유통전문가들은 『동대문시장은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쇼핑명소로 자리잡았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살려 관광 및 패션수출 전진기지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분양주-상인들의 머리를 맞대고 협력·노력해야 한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김희석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