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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에… 엄청난 한국 기술력
이역만리 사막에 꽃핀 '기술 코리아'■KEPCO 중남미시장 진출 교두보 멕시코 노르테 ll 발전소 가보니축구장 22개 크기 부지에 4개동 공정률 91.66% 가스 터빈 등 시운전 개시2025년까지 발전설비 등 1000억달러 사업 쏟아져
치와와(멕시코)=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멕시코 치와와시 인근 엘 엔시노지역에 들어선 노르테Ⅱ 발전소 전경. 한국전력과 삼성물산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이 첨단 발전소의 설계부터 시공^운영까지 맡았다. /사진제공=한국전력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1,200㎞ 떨어진 사막지대에 위치한 치와와시(市). 이곳에서 차를 타고 40여분(33㎞) 남쪽으로 달리자 엘 엔시노 지역에 위치한 노르테Ⅱ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발전소는 한국전력(KEPCO)과 삼성물산 등 국내기업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KIST)이 설계·시공을 맡고 준공 후 운영까지 하게 된다. 이역만리 타국의 사막 한가운데에 순수 국내 기술로 지어지고 있지만 실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은 아니었다. 우선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멕시코까지 꼬박 하루가 걸리는 비행일정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멕시코 31개주 가운데 마약밀매와 관련한 사망자가 총 5만명에 달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점은 웬만한 각오 없이는 이곳 방문을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난 10일 방문한 노르테Ⅱ 발전소(433㎿)는 이 모든 걱정을 무색하게 할 만큼 뜨거운 치와와 사막 한가운데에서 멋진 위용을 뽐냈다. 일반축구장 22개가 들어설 수 있는 총 16ha에 달하는 넓은 부지 위에 가스터빈(I·Ⅱ) 2동, 증기터빈 1동, 냉각기건물 1동 등 총 4개의 건축물이 나란히 서 있다. 지난달 기준 91.66%의 공정률이 보여주듯 이들 외형 구조물들은 이미 다 지어진 상태로 막바지 내부 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건물마다 현장 근로자들이 투입돼 아직 끝내지 못한 내부 기기의 배관 설치와 시운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스터빈실은 기름라인 가동을 점검 중에 있고 증기터빈실과 냉각기건물은 각 단위기기별로 작동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전소 뒤쪽으로는 차량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구내 도로포장 작업이 이뤄져 공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노르테Ⅱ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인원은 1,350명. 이 중 한국에서 파견된 인력은 70명으로 삼성물산 쪽이 40명, KEPCO 인력이 30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현지 인력으로 채용해 KIST에 대한 지역 여론도 좋다. KEPCO는 발전소가 완공되는 내년 5월 이후에는 총 40명(국내파견 5명, 현지 35명)의 인력을 상주시켜 향후 25년간 발전소 운영을 맡게 된다.
멕시코 노르테Ⅱ 사업은 KEPCO가 2010년 남미에서 수주한 최초의 발전사업이다. 그동안 멕시코 민자발전시장은 일본(23%)과 스페인계(53%)업체가 선점해 진입장벽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KEPCO는 전력판매계약과 발전소 건설ㆍ운영까지를 한데 아우르는 BOO(Build, Owon and Operate)방식으로 멕시코 연방전력청(CFE)으로부터 사업을 따냈다. 특히 발전수요가 급증하는 중남미 지역에서 첫 수주 테이프를 끊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멕시코의 경우 1억2,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전력설비 용량은 한국의 66%에 불과할 정도로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 KEPCO는 멕시코의 전력수요가 향후 15년간 70%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후설비 교체 등 2025년까지 발전설비와 관련, 약 1,00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노르테Ⅱ 사업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KEPCO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노르테Ⅲ 가스복합화력(90만kW급)과 바하Ⅲ가스복합화력(30만kW급) 등 내년에 멕시코 정부가 발주하는 5개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도전,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정창진 KIST 이사는 "내년 5월 준공 이후 앞으로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면 총 3억7,000억달러의 순현금유입이 발생하는 등 수익률이 10.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무엇보다 멕시코를 중남미 발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오는 2015년까지 연간 3,300㎿까지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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