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사진) 웅진그룹 회장은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 후 웅진에너지 대전 공장과 웅진폴리실리콘 상주 공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잘못된 판단으로 태양광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워낙 업황이 좋지 않아 직접 원가절감에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웅진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에 대해 산업계는 윤 회장이 최근 단행한 기업인수마다 실패한 탓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임직원들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음에도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판단 미스가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건설•금융•에너지 등 그룹의 신규 사업 3각축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그룹 재무구조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2007년 극동건설 인수에 6,6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건설경기 하락으로 윤 회장과 계열사들의 지급보증, 유상증자 등을 더해 총 9,000억원이 들어갔다. 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관련 지급보증 금액만 3,000억원이 넘는다.
계열 저축은행 지원을 위해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 1,200억원을 투입했다. 서울저축은행은 2010년 회계연도(2011년 6월 기준)까지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지난 1ㆍ4분기(2011년 7~9월)에도 영업손실이 200억원을 넘었다. 이로 인해 웅진캐피탈의 부채는 지난 2010년 75억원에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해 지난 1998년 외환위기(IMF) 당시 코리아나화장품을 팔아 전기를 마련한 전례를 강조하기도 한다. 당시 윤 회장은 연 매출 2,600억원의 업계 2위 코리아나화장품을 팔고 15개였던 계열사를 7개로 통폐합, 웅진코웨이를 키워냈다.
하지만 지금의 웅진코웨이 매각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웅진그룹은 처음 계획과는 달리 웅진코웨이의 화장품과 수처리 사업을 매각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절박한 모습을 보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통수'로 판단된다.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출발해 자본금 7,000만원의 출판사를 창업, 30년 만에 매출 6조원의 30대 그룹으로 키운 윤 회장의 신화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향후 태양광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몇 년간 지켜봐야겠지만 윤 회장의 대운이 2012년에 기로에 서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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