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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원작 인기 만화 '몽환적' 뮤지컬로 변신

바람의 나라


‘친절하지 않은 뮤지컬’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보는 관객들은 당혹스럽다. 줄거리를 짐작하게 해주는 단서는 커녕 주인공의 성격과 극중 역할에 대한 설명은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바람의 나라를 보기 전 꼭 예습을 하라던 이들의 말을 무시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초기 고구려의 영토 및 세력 확장의 과정 다룬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한 이미지 뮤지컬. 이미 한 차례 무대에 올려졌지만 수정 작업을 거쳐 올해 다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일반적인 뮤지컬의 잣대로 바람의 나라를 재단하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텅 빈 무대 위에 몇 개의 소품만이 덩그러니 놓여진 무대는 화려한 볼거리라는 뮤지컬의 기본정신을 무시하는 듯 하다. 하지만 약간의 인내를 갖고 집중을 시작하면 낯설지만 개성 있는 ‘바람의 나라’만의 화법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드라마 ‘대장금’ 음악을 맡았던 이시우의 음악은 잘 만들어진 영화 음악 음반을 듣는 듯하다. 부족한 무대 장치의 아쉬움은 화려한 안무와 배역들의 의상이 채워준다. 뮤지컬의 승부처는 배우들 각각의 연기력 보다는 총체적인 흐름과 이미지다. 물론 상품성 있는 배우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긴 하지만 한편의 뮤지컬 씨어터를 보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가 이 뮤지컬의 비장의 무기다. 음악으로 따지면 싸이키델릭, 혹은 트립합의 분위기라고 할까. 극의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자막의 선명도나 연기자들의 조화와 프랑스 뮤지컬 ‘십계’와 ‘노트르담 드 파리’가 짙게 연상되는 분위기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대한 시도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 뮤지컬을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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