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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차별 없이 찾아드는 위험, 함께 극복해야


김영일 거제경찰서장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가 만든 ‘위험사회’라는 용어는 현대사회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대가로 새로운 위험이 생겨나고 모두에게 차별 없이 배분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유형의 범죄위험 속에 살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가 대표적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만2,000여명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5,500억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은 대상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노년층이 주요 범죄대상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의 19.5%가 30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20대가 18.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단지 운이 없어서거나 관계기관의 대처가 늦어서만은 아니다.



누구나 보이스피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인식하지 못했고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시기도 놓쳤기 때문이다.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국민과 경찰, 관계기관의 ‘위험 인식에 대한 활발한 소통’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치안정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소통을 위해서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 행정은 각종 정책을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국민과의 소통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범죄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국민의 요구를 잘 청취하고 충족시킬 방안을 함께 찾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첫걸음이다.

경찰과 정부는 계좌에 입금된 현금인출은 30분 이후에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30분 지연인출제도(100만원 이상)’를 시행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도 범죄로부터의 보호 대상이라는 소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안전의 주체로서 제도 개선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 좋은 치안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지를 보내줄 것을 당부드린다. 범죄로부터의 안전 확보는 국민과 경찰의 협력 없이는 요원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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