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종료됐지만 우리나라의 FTA는 전방위로 계속된다.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으로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는 전 대륙의 주요국가와 모두 FTA가 체결돼 한국은 자유무역의 허브(Hub)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더 이상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과 함께 세계 3대시장인 유럽연합(EU), 중국과의 FTA협상은 이미 막이 올랐다. 지난해 말 협상 출범을 선언한 EU와의 FTA 첫 협상은 오는 5월 초 서울에서 열린다. 양측은 올해 4차례 협상을 개최하고 가능한 내년 중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지난 22~23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FTA 산ㆍ관ㆍ학 공동연구 회의를 개최했다. 양국은 회의에서 ‘포괄적인 FTA를 체결하되 농산물의 민감성은 최대한 고려한다’는 기본원칙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한중 양국은 1년 이상 국책연구소간 FTA 영향 등을 공동연구한 경험이 있어 공식협상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4개월의 한미FTA 협상에서 FTA에 관해 광범위한 자료와 협상력을 축적했기 때문에 EUㆍ중국과의 협상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ㆍ중국ㆍEU 등 3대 거대경제권과 FTA를 체결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칠레 1개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04년 말 6차 협상을 끝으로 중단된 일본과의 FTA 협상 재개 여부도 주목된다. 양국간 협상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미국ㆍ중국 등과 FTA 추진으로 다급해진 일본이 이른 시일 내 협상복귀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당장은 협상이 진행 중인 캐나다, 인도, 아세안(ASEAN)과의 FTA가 연내 체결이 유력시된다. 아세안과는 이미 상품협상이 끝난 상태고 캐나다는 미국과의 협상이 끝나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ㆍ캐나다와 함께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도 우리나라와의 FTA 협상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두 나라와의 FTA 체결 역시 시간과 의지 문제일 뿐이다. 25일 중동 순방 중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과 걸프협력기구(GCC) 6개국과의 FTA 체결을 공식 제안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6개 산유국으로 결성된 GCC와의 FTA 협상도 내년 중 본격화된다. 첫 FTA를 칠레와 맺은 한국은 지난해 끝낸 공동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FTA 협상도 가능한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베네수엘라ㆍ우루과이ㆍ파라과이가 회원국인 메르코수르와의 FTA는 사실상 중남미 시장 전부가 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중단된 멕시코와의 FTA 협상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는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신흥 유망국과도 FTA 추진을 검토 중이어서 통상정책을 FTA에 ‘올인’한 참여정부의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승계된다면 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필요 없을 만큼 한국은 FTA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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