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기대감을 높였던 대형주가 글로벌 경기불안이라는 변수의 부각에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ㆍ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중국과 일본의 경기 지표 악화까지 겹치면서 실물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55포인트(0.87%) 내린 1,990.33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3차양적완화(QE3) 발표로 국내 증시가 급등했던 지난 14일 이후 4거래일 만에 2,000포인트 선이 다시 무너진 것이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8.92포인트 상승했고 유가증권시장 내에서도 중형주(1.56%)와 소형주지수(1.12%)가 오른 것과 달리 대형주지수(-1.28%)는 하락하며 대조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흐름을 보면 대형주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17일 이후 나흘 동안 오른 종목은 LG화학과 SK하이닉스ㆍ신한지주 등 3개 종목뿐이고 현대중공업ㆍ현대차ㆍ포스코 등 7개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기아차는 3~4%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대형주의 부진은 중국과 일본의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HSBC는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잠정치가 지난달(47.6)보다 소폭 오른 47.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HSBC 중국 PMI지수가 50을 넘어서면 경기가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50을 밑돌면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PMI 지수는 이번 잠정치까지 11개월째 50선 아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중국의 상무성이 "글로벌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어 중국의 수출수요는 1~8월보다 더 낮을 것"이라며 하반기 수출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발표한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일본의 8월 무역수지가 7,541억엔 적자라는 소식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QE3와 함께 유럽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등 주요 국가들의 유동성 지원 정책이 잇따라 나오며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는 했지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유동성 효과를 소멸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꾸준히 사들이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 효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동성 환경은 좋지만 결국 경기나 기업이익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000포인트선은 펀드 환매 등 매물이 집중된 영역이기 때문에 기관의 매도가 이어지는 것이고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6~9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조정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긴 호흡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특히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정권 교체 등이 이뤄지는 시기"라며 "내년부터 각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뒷받침될 경우 현재 풀린 유동성이 흘러갈 수 있는 물꼬가 트이며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