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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G증권 오호수사장] '외유내강 경영'업계수위 넘본다
입력1999-09-09 00:00:00
수정
1999.09.09 00:00:00
정구영 기자
그는 마치 23도 소주를 마시는 것처럼 부드럽다. 만나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비즈니스맨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재산인 셈이다.그러나 많은 말을 하지는 않는다. 축약된 언어로 충분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편안하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엄숙함이 공존한다.
그래서인가. 그가 부임한 이래 LG증권은 조용한 가운데 업계 수위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의 증권회사 상(賞)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LG증권 몫이 될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말 현재 LG증권의 위탁매매시장 점유율은 10.83%로 1위인 현대증권(11.43%)을 바짝 뒤쫓고 있다. 또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법인약정 비중도 1.14%로 2위인 삼성증권(0.97%)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주도하던 업계판도 역시 LG증권에 의해 재편될 공산이 크다.
吳사장이 LG증권의 조타수로 부임한 것은 지난해 5월. 당시 LG증권은 주식시장의 장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엎친데 덮친 악재로 작용했다.
그는 과감히 인력과 조직에 칼을 댔다. 몸무게를 줄인 것이다. 이것은 신선한 변화였다.
사실 LG증권은 인사나 조직체계에 있어 다소 보수적인 문화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LG그룹 연수원의 이름이 인화원(人和院)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吳사장의 단호함과 과감함은 여기서 빛을 발하고 있다. 겉으로는 부드러운 모습이지만, 경영에 있어서 만큼은 개혁의 칼을 서슴치 않고 뽑아들어 1인당 생산성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LG증권의 월평균 1인당 약정금액은 67억원으로 대형증권사 평균인 56억원을 20% 정도 앞서고 있다.
수익원 다원화도 吳사장이 일궈낸 산물.
吳사장은 98회계연도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하던 주식중개수수료 비중을 50%대로 낮추고, 대신 회사채 인수중개료·선물옵션 중개료·사이버주식매매수수료의 비중을 늘렸다.
특히 사이버주식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 전국의 PC방과 제휴해 사이버매매의 영역을 넓혔다. 한발 앞서가는 마케팅을 구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8월말 현재 사이버매매는 LG증권 전체 약정금액의 40%를 차지하게 됐다. 또 전체 사이버주식매매시장의 점유율 역시 15%를 넘게 됐다.
최근 대우사태에 따른 후유증이 길어지면서 반비례로 주가가 오르는 사람 역시 吳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경쟁사들이 증권시장 활황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외형확대에 나설 때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쟁사들은 수십조원의 수익증권 판매와 다점포전략으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은 LG증권이 지나치게 안전위주의 경영을 하는게 아니냐는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吳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주가급등에 따라 대대적인 수익증권 판매 및 점포확대전략이 반사이익을 얻고는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안정성, 수익성,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던 것이다.
吳사장은 특히 수익증권 고객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은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吳사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경쟁사들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우채권편입이 많은 수익증권을 판매한 것과 달리 LG증권은 비교적 편입비중이 적은 LG투신운용의 상품판매에 주력,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吳사장의 이같은 경영능력은 어쩌면 일찍부터 준비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영업부서를 두루 거친 영업통이다. 실전감각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영업을 경험하지 않아 현장에서 느끼는 영업맨들의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는 대우증권 재직시절 첫 지점장 발령을 받자마자 당시 전국 최하위였던 점포를 3개월만에 전국 1등으로 끌어올린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사대우 재직시절에는 기업공개 유치를 위해 석달간 한번도 빠짐없이 인천에 소재한 업체를 주 2회 방문하는 끈기도 보여줬다. 吳사장은 이같은 끈질긴 영업활동을 통해 쟁쟁한 경쟁사를 물리치고 기업공개 유치에 성공했다.
吳사장은 20여년을 증권업계에서 보낸 베테랑 증권맨이다. 그런 그에게 주식투자요령을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하라, 예금과 부동산으로 자산을 분배하라, 우량기업에 투자하라」다. 누구나 알고 있는 투자의 ABC. 그러나 이같은 기본원칙과 정석을 지켰기에 오늘의 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든 사장이 되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경영에 접근하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吳사장에게 경영철학을 묻자 그는 서슴없이「주주가치의 극대화」라고 말한다. 회사는 존재의 영속성 차원에서 이익을 내야하며 이익은 회사와 종업원, 그리고 주주 모두에게 가치있는「훈장」이라는 얘기다.
정구영 기자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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