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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회생 노조에 달렸다(사설)

기아그룹사태가 어렵게 꼬이고 있다. 기아그룹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 노조가 정부 및 채권은행단이 요구한 전제조건을 전면 거부한 때문이다. 전제조건은 현재 노사동수로 구성돼 있는 인사위원회, 경영진의 생산직에 대한 인사고과권 행사불가, 생산직의 전환배치시 노조동의권 행사 등 단체협약을 경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채권 은행단은 이를 경영권의 침해조항으로 보고 그동안 기아측에 시정을 종용해 왔다.이에 대해 노조는 정부와 채권단이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노조와해후 제3자에 기아를 인수시키려는 「음모」라고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노조는 정부와 채권 은행단이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 등과 연계, 강력 투쟁하겠다고 맞서고 있다.<본지 29일자 39면 보도> 기아그룹은 오너체제인 우리나라 기업풍토에서는 드물게 보는 전문경영인 체제다.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돼 있으며 어느한편 대주주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자동차 전문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평가도 높았다. 그러나 오너체제가 아니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라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단체협약에서 보듯 노조의 파워가 다른 대기업에 비해 강하다는 것도 회사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인력조정도 문제였다. 당초 기아의 경영진은 28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3조원의 자산을 매각하고 5천명이상의 인원을 감축키로 했다. 노조도 인원감축안은 입장이 정리된바 없으나 상여금·월차수당 반납 등으로 1천억원의 모금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어느 기업에서 보듯 자구노력의 첫 조치는 감량경영이다. 지난 80년대 초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 스리」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파산직전에서 회생한 것도 종업원 감원이었다. 당시 회장이던 아이아코카는 노조와 합의, 13만명에 달하는 종업원 가운데 8천명을 해고하는 자구노력을 내세우면서 정부로부터 1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받아 일어선 것이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기아회생의 전제다. 기아회생의 주체는 노조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가 산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영구조하에서 경영진은 노조동참없이 아무런 대안도 내놓을 수 없다. 노조는 먼저 정부나 채권단 은행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정부도 기아노조가 주장하는 제3자 인수설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기본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30일) 은행 채권단회의가 열린다. 기아사태는 오래 끌수록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 기아살리기에 국민들이 동참하고 있는 뜻을 노조는 알아야 한다. 노조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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