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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인간의 얼굴을 찾자

공정무역-마일즈 리트비노프 외 지음, 모티브 북 펴냄


시장경제는 과연 정글 속에서만 가능한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지구촌, 다국적 거대기업은 나날이 살찌고 빈국은 갈수록 가난해지는 구조 속에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름하여 공정무역. 대안무역으로도 불린다. 공정무역은 최소한 생산원가를 생산자에게 보장해주자는 것. 이유는?. 제3세계가 다 죽어나갈 판이기 때문이다. 커피며 면화, 땅콩, 바나나 등을 생산하는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보다 더 잘살기 위해’ 경작을 늘렸지만 정작 결과는 반대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생산원가가 떨어졌다고 혜택은 최종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다국적이 차익을 챙기는 구조 속에서 빈국은 더욱 가난해진다. 이게 자유무역의 현주소다. 다국적기업의 커피전문점에서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생산농가의 몫은 기껏해야 1~2원. 생산원가는 물론 절대생계비에도 못미친다. 공정무역으로 소비자가 보다 비싼 가격의 커피를 마신다면 그만큼 생산농가에 돌아가는 혜택이 커진다. 여기서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시장 원리를 부수자는 것인가, 최소의 비용,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의 원칙을 무시하자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이를 제대로 먹은 닭이 건강하고 우수한 달걀을 낳은 법이다. 공정무역은 지구촌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기부 행위나 자비심이 아니라 인류 공존을 위한 인프라와 시장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무역은 더디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본인들은 네팔의 의류제조농가에서 절대적인 환영을 받는다. 공정무역 제품은 상대적으로 고가이지만 품질이나 위생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 공정무역을 ‘21세기판 노예 해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신간 번역서 ‘공정무역’에는 이런 부제가 딸렸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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