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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票퓰리즘 와중에… 서민금융 길을 잃다

너도나도 서민 외치지만 희망홀씨대출·햇살론 등<br>정작 직접 지원책 외면… 올 운용규모조차 못 정해




당국·금융권 관심 줄어 정권과 함께 '레임덕'
햇살론 출범 1년 만에 취급 실적 절반으로
수요층 겹치고 차별화 안돼 상품간 경쟁도
"정부주도 서민금융상품 태생적 한계" 지적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저축은행 특별법과 카드수수료법 등의 통과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선거를 앞두고 서민층의 표를 구하기 위한 '표퓰리즘'이다. 그런데 정작 '구원'을 바라는 서민들을 구휼할 기존 장치들은 고사하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이 두 법안에 쏠려 있는 와중에 현 정권이 3대 서민상품으로 내세웠던 새희망홀씨대출과 햇살론ㆍ미소금융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동참해 1조2,000억원을 지원한 새희망홀씨대출의 경우 아직도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올 사업계획을 짜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내에서 운용했지만 올해는 규모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연합회는 지난해 말 2012년 새희망홀씨대출을 1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대신 당기순이익이나 여러 가지 지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2조원으로 전년 대비 2조7,000억원이나 급증했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할 경우 새희망홀씨대출 규모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출규모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지난해에도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진을 뺏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지점에 할당량을 주고 인사고가에 반영하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신규수요 발굴도 어렵다"며 "연체율도 3~5% 수준에 달해 늘리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표퓰리즘에 서민금융 상품이 고사하고 있는 모습은 비단 은행들의 새희망홀씨대출뿐만이 아니다. 상호금융에서 지원하는 햇살론의 취급 실적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상호금융회사에서 판매를 시작한 햇살론의 경우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 저축은행에서 취급한 대출 건수는 총 9,821건으로 721억5,620만원이 지급됐다. 이를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보면 대출취급 건수는 5,325건으로 45%가량이나 줄어들었다. 신규 취급 대출금 역시 40%가 줄어든 437억697만원으로 조사됐다. 출범 1년여 만에 햇살론 취급 실적이 절반으로 오그라들었다.

서울에 위치한 우량 저축은행인 A사의 경우도 햇살론을 취급한 지 1년 반 정도가 넘었지만 대출 잔액은 15억원에 불과하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신용대출 상품 대신 굳이 햇살론 판매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며 "햇살론 연체율도 10%가 넘어 취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권고에 의해 출시된 햇살론이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상품 출시 초반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함에 따라 상품 판매가 일시적으로 활발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 자체가 미미해지는 정책 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카드수수료법이나 저축은행특별법 등 대형 이슈의 등장으로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당국과 저축은행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서 취급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신용대출인 미소금융 역시 지난해 말까지 모두 2만4,000여건에 대출잔액은 3,130억7,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표면적인 실적은 목표치에 근접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고 정책의 사각지대가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미소금융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등급(1~6등급이나 신용불량·개인파산자 제외)을 비롯해 채무비율(재산대비 50% 미만), 자기자금비율(대출금의 50% 이상) 등 충족해야 할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희망홀씨와 햇살론도 대출기준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저신용 저소득층 대출상품인 만큼 지원가능 대상도 한정적이지만 3대 금융상품의 수요층이 대부분 겹치면서 수요층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햇살론이 지난해 크게 위축됐던 원인으로 새희망홀씨대출을 지목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새희망홀씨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며 햇살론 수요층 중 대부분이 새희망홀씨대출로 흘러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새희망홀씨대출 목표 판매액을 지난해 당초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한 차례 확대한 데 이어 올해에는 1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3가지 서민금융 상품이 크게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정책 상품 간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 빚어지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현 정권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3대 서민금융 상품도 정권과 함께 레임덕에 빠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미소금융재단 임원의 횡령 사건, 햇살론 불법 브로커 같은 모럴해저드 사례나 일부 서민금융 상품의 편법취급 등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배경에도 정부 주도의 서민금융 상품이 품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많다.

새희망홀씨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표 치적 사업이기에 그동안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당장 대출 취급 계획 수립에 있어 은행 간의 눈치보기가 심하다"며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3대 금융상품이 크게 축소되거나 수정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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