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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산업 클러스터 활성화 시급
입력2004-01-29 00:00:00
수정
2004.01.29 00:00:00
프랑스와 독일을 돌아본 사람들의 소견 중 대체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독일은 도시ㆍ농촌의 생활수준이 비슷하게 보이는 데 비해 프랑스는 파리와 지방의 수준차이가 너무 크다. 독일이 오랫동안 지방분권 정책을 실시해온 반면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 방식에 의존해왔던 탓이라고 한다.
한국은 수도권 집중과 도시화의 병을 앓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ㆍ경제활동ㆍ교육ㆍ문화시설의 70% 이상이 몰려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도시화는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도시 비대증이 오히려 막대한 사회비용을 지불하고 국토개발의 편중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법이 연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역별 전략산업의 개발과 이에 대한 예산지원의 새로운 틀이 마련됐다. 지역마다 지역혁신위원회가 구성돼 산업ㆍ대학연구소ㆍ지방정부ㆍ지원단체를 묶는 이른바 지역혁신시스템(RIS)이 태동하고 있다. 산업 클러스터의 발전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RIS에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해당 지역 전략산업의 국제화가 그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혁신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해온 대덕밸리를 살펴보자. 대덕연구 단지 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를 비롯한 연구ㆍ교육기관과 여기에서 파생한 벤처기업 약 700개사가 대전 지역 일원에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덕밸리는 국제화 면에서 보면 내륙에 갇힌 하나의 섬에 불과하다. ETRI가 최근 중국에 이동통신 연구개발 센터를 설치하는 등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 벤처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해외 연구개발 및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며, 특히 해외의 IT 기업이나 연구소의 대덕밸리 진출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IT 산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 대덕밸리 클러스터 차원의 고정 거점이 없으며 해외 연구기관의 유치도 매우 미흡하다.
또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은 연구개발 활동은 활발하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매출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액과 수출액은 아직 미미한 기업이 많다. 10억원 이하의 매출실적을 올린 기업이 전체의 78%, 수출실적이 없는 기업이 전체의 91%다.
만약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계획이 국제화 전략을 무시하거나 소홀하다면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에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KOTRA는 지난해 전국 12개 기존 지방무역관을 묶어 지방사업본부를 출범시켰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지역전략산업의 국제화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KOTRA 서비스가 개별 기업의 해외마케팅 지원에 머물렀다면 앞으로의 서비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전략산업 차원의 토털마케팅 활동과 투자유치 등 국제화 업무를 중점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수출 2,000억달러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마케팅의 모델로도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동식 KOTRA 지방사업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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