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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추억’

한국의 현대사는 `갈등`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해방 직후 좌우대립과 한국전쟁에서부터 최근의 노사분규, 여야대립에 이르기까지의 연속된 시간 속에 깔린 것은 갈등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한 것도 갈등구조 해체론과 다르지 않다. 대타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의 빈국이던 아일랜드가 초고속 성장 가도에 들어서고 가라앉던 네덜란드가 회생한 시발점은 노사정 대타협이다. 대타협 분위기를 조성해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론과 접근방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처음이란 무엇인가. 시간을 돌려서 `친일(親日)의 추억`을 살리자는 것이다. 해방 후 60여년이 흐른 지금 새삼 친일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가 안고 있는 분열과 갈등, 대립과 반목이 바로 지지부진한 친일 청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 헌병의 밀정이 해방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고 천황에 대한 충성의 일념으로 이름을 두번씩이나 바꾼 자가 존경받는 국가원수로 남아 있는 일그러진 사회상도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탓이다. 시간이 몇십년 흘렀고 우리는 흐지부지 잊어가고 있다. 그런데 상대는 변하지 않는다.수상이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게 `전쟁과 침략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일본의 현주소다. 제국주의 침략기질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일본과 맞서기 위해서도 과거로부터의 청산은 더욱 절실하다. 정작 정부와 국회는 거꾸로 간다. 국회의원들이 친일규명특별법 제정을 저지시켰고 정부부처의 차관 한 사람은 `국민적 갈등 유발` 운운하며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국회는 친일인명사전 발간 예산마저 삭감했다. 물론 오래전의 일이기에 잊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친일의 문제만큼은 그렇게 풀리는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지게 돼 있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친일파의 무덤을 파낼 수 없다면 온 국민이 그 무덤에 침이라도 뱉어야 한다. 60년 묵은 갈등구조 타파의 열쇠는 친일 청산에 있다. 국회가 삭감한 친일인명사전 발간 비용 5억원을 오는 8월15일까지 국민성금으로 모으자는 운동에 벌써 2억원이 모였다고 한다.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다. <권홍우 경제부 차장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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