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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골드러시’가 있었다면 21세기는 정보기술(IT)업체들이 플래시메모리를 찾아 삼성으로 모여드는 ‘플래시러시’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12일 ‘50나노 16기가 메모리반도체 시대 개막’의 의미를 특유의 비유적 표현을 동원하며 이렇게 정리했다. 플래시메모리는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으며 당분간 삼성을 필적할 만한 ‘적수’가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선두자리를 굳히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를 결합시킨 퓨전반도체 등을 앞세워 제2의 IT혁명으로 불리는 ‘모바일 혁명’을 주도함으로써 인텔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종합반도체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황의 법칙’은 계속된다=50나노 16기가 낸드플래시의 등장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라고 평가하고 있는 ‘45나노급의 극한기술’에 거의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 100나노를 세계 최초로 도달한 데 이어 ▦2002년 90나노 ▦2003년 70나노 ▦2004년 60나노 ▦2005년 50나노 등 매년 반도체 나노기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아울러 집적도(용량) 면에서도 99년 256메가비트(Mb)를 시작으로 ▦2000년 512Mb ▦2001년 1기가비트(Gb) ▦2002년 2Gb ▦2003년 4Gb ▦2004년 8Gb ▦2005년 16Gb 등 매년 2배 이상씩 늘리면서 ‘메모리 신성장론’을 6년 연속 실현시켰다. 이른바 ‘황의 법칙’으로 불리는 메모리 신성장론은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것으로 황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학회(ISSCC) 총회에서 처음 제시한 이론이다. 황 사장은 “‘황의 법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를 여는 15년의 두 배를 뛰어넘는 시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혁명’ 맹주 선언=황 사장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필름 없는 카메라나 테이프 없는 캠코더, TV를 볼 수 있는 휴대폰 등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며 “지금 시장은 단순한 ‘진화’가 아니라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의 경우처럼 나노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기가급 제품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디지털카메라, MP3, 디지털캠코더,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에 적용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개발한 50나노 16기가 제품을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시장규모가 오는 2010년까지 140억달러에 달하고 이를 4기가나 8기가 등까지 적용하면 3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사장은 “앞으로는 메모리시장의 호ㆍ불황 사이클의 폭이 과거보다 완만해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디지털카메라와 게임기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컨슈머 시장 역시 삼성전자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퓨전메모리’에 승부수=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LSI를 결합한 ‘퓨전메모리’ 제품을 미래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다기능화ㆍ고성능화ㆍ소형화ㆍ슬림화’로 대표되는 디지털컨버전스 기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메모리와 다양한 비메모리 성능을 결합한 제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모바일 CPU(중앙처리장치)와 MP3용 솔루션, 카드용 솔루션 등 3가지 퓨전메모리 제품의 개발 역시 향후 모바일 솔루션 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위한 포석이다. 황 사장은 “시스템LSI 경쟁력 강화 및 메모리-시스템LSI간 시너지 극대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양적ㆍ질적으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달성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퓨전반도체로 대표되는 ‘메모리-시스템LSI의 동반성장 사업모델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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