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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사슬 끊어내는 父情
입력2002-09-05 00:00:00
수정
2002.09.05 00:00:00
새 영화 ‘로드 투 퍼디션’법은 없고 총탄만 난무하던 1931년 시카고. 확실한 일처리와 조직의 궂은 일을 마다않는 마이클 셜리반(톰 행크스)은 마피아 보스 존 루니(폴 뉴먼)의 양아들이다. 어느날 마이클은 보스의 친아들 코너와 함께 조직원 핀을 찾아간다.
그 자리에서 동생을 잃은 핀의 질책에 화가 난 코너가 보스의 명령을 어기고 돌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런데 그 현장에서 더 심각한 것이 드러난다. 평소 아버지 직업이 궁금해 아버지 차에 몰래 탔던 큰 아들 마이클 주니어(타일러 후츨란)가 그 광경을 목격한 것.
이 사건으로 아버지(폴 뉴먼)의 신임을 잃게 된 코너는 마이클 아내와 막내아들을 살해한다. 이 시간 코너의 하수인에 의해 살해될 뻔 했던 마이클은 킬러의 본능으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고, 큰 아들은 교실내 폭행으로 칠판에 반성문을 가득채우고 뒤늦게 온 관계로 목숨을 건졌다.
마이클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퍼디션에 있는 처제의 집으로 향하면서 서로의 존재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늘 아버지의 사랑을 목말라 하던 마이클 주니어는 동생과 달리 자신에게는 절제된 사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진실을 읽게 된다. 쫓고 쫓기는 이들 부자의 피말리는 6주간의 여정이 시작된다.
"내 아버지 마이클 셜리반이 선인이었는지 악인이었는지 누군가 물으면 나는 늘 똑같이 대답한다. 그는 내 아버지였다고."라는 한 청년의 뒷모습을 비추면서 시작되는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은 이권다툼으로 얼룩진 마피아계의 피와 복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기보다 한 인간, 남자, 그리고 아버지로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를 심도있게 포착하고 있다.
특히 보스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이클과 그의 아들을 대조한다. 조직을 배신하면서까지 자신의 몰래 장부를 갖고 있는 아들의 치부를 아는 보스는 "너는 신의 실수다. 오 주여, 도와주소서"라며 울부짖는다.
보스는 마이클에게 "자식은 부모가 져야 할 십자가야""우리가 택한 삶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결코 천국에 못 간다는 사실이지"라고 하자 마이클은 "그렇지만 마이클에게는 희망이 있어요"라며 자신의 복수결정을 암시한다.
'로드 투 퍼디션'이란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마이클 설리반'과 그의 아들이 향하는 마을의 이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에서 상징하고자 하는 '지옥'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살인청부'라는 자신의 직업을 합리화하며 살아왔던 마이클, 그러나 어는 순간 마이클은 자신이 지옥으로 향하는 길 위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되고, 그와 동행하는 아들만큼은 그 길에서 벗어난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와 버린 길'. 즉 그 길(road)은 마이클 설리반이 그의 아들은 가지 않기를 바라는 지옥 같은 인생의 길인 것이다.
검은 롱코트와 가로등 아래 쏟아지는 비, 낮은 키의 조명 등 갱 영화의 스타일도 느린 화면이나 클로즈 업 등 화려한 카메라 테크닉 없이 담담하게 펼쳐져 영화의 무게를 더해주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캐스트 어웨이'이 후 2년만에 돌아온 톰 행크스의 절제된 연기와 폴 뉴먼의 카리스마,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감독상 등 각종 영화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던 샘 멘더스의 연출력 등이 조화를 이뤄 상영시간 117분이 지루하지 않다. 13일 개봉.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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