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이와 관련해 엔저에 따른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을 올해 수출환경에서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3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66원40전이었는데 최근 환율이 1,040원대까지 위협, 수출둔화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업종별로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 비중이 75~80%에 달해 원화가치가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각각 1.5%, 9.8% 감소했다.
철강·석유화학 부문도 타격이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철강·석유화학·기계 분야의 수출은 각각 1.31%, 1.13%, 0.9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환차손만 7,00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가격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분야나 중국·일본 등과 경쟁관계의 중소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김치와 소주의 대일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22.7%, 22.1% 급감한 것도 원고와 엔저로 가격 메리트가 약해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고와 엔저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일본 제품의 파상공세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결제통화 다변화와 품질개선 등으로 어느 정도 대응해나가겠지만 근본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