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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붕락 손 놓고있는 정부(사설)

종합주가지수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6백선을 무너뜨리고 5백70대선까지 폭락했다. 금융시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조짐이다.증권시장은 16일 개장되자마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투매에 나서 주가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기아사태의 장기화에 이어 쌍방울의 화의 신청, 태일정밀의 부도유예협약적용 등 부도도미노 공포와 불안한 비자금 정국 등 악재가 확산된 탓이다. 이날 종가 5백79.25는 전날보다 무려 25.49포인트가 빠진 수치다. 문민정부들어 최저이자 지난 92년 10월24일의 5백57.86이래 5년만의 가장 낮은 기록이다. 지금 증시는 대혼란 상태다. 금융대란설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우려와 함께 증시공황이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도 있다. 정부에서 며칠전 증시부양책이라고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다. 기아사태를 그대로 둔채 처방이라고 내놓았으니 잘못 짚은 것이다. 또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란 악재는 모두 나와 있으니 폭락은 어쩌면 인위적인 셈이다. 증시가 붕락조짐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외환시장도 들썩이긴 마찬가지다. 원화에 대한 대미환율이 달러당 9백15원선을 돌파하려는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당국이 현물환 시장개입을 통해 겨우 진정시키고 있는 판국이다. 은행들은 여신회수에 여념이 없고 시장금리는 가파른 오름세다.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들의 운명은 연쇄부도밖에 없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주가 폭락의 끝이 어디쯤일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더 이상 떨어지면 국가신인도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시민들도 불안신드롬(증후군)으로 요즘들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시장 원리를 적용, 자율에만 맡긴다」고 하고 있으니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10년을 보내는 것처럼 힘들다. 정부가 언제 이처럼 자율을 내세운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여기에 정치권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정권을 잡겠다」「죽어도 내놓지 못하겠다」는 공방전에 경제인·기업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회생될리 만무하고 증시 활성화는 어렵게 돼 있다. 나라경제를 더 이상 회복불능의 지경으로 빠뜨려서는 안된다. 추악한 정쟁도 지양해야 한다. 정부의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증시는 한 나라의 경제를 상징하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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