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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경색 보고만 있을 건가(사설)
입력1997-03-24 00:00:00
수정
1997.03.24 00:00:00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20일 경제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 「4∼5월 금융대란설」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가 금융대란설을 부인해야 할 정도로 시중에는 이에 관한 각종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금융권의 관심은 온통 한보와 삼미에 이어 부도가 날 기업이 어디냐에 쏠려있다. 이에 따라 우량기업조차 어음할인이 안되고 대출은 정지돼 사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단기금리의 대표격인 기업어음 수익률이 14.4%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외환시장도 달러당 8백85원 수준으로 오르고 해외자금 차입금리도 런던은행간 금리에 0.5%포인트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총외채가 1천억달러를 넘은 우리로서는 금리상승도 문제지만 필요한 외화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없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4∼5월 금융대란설
특히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신용도를 전부 하향조정해 앞으로 해외자금조달 금리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계 증권가격은 일제히 하락해 환율하락과 함께 외자유입이 끊어질 전망이다.
국내 증시도 6백50선을 밑돌아 새로운 저항선으로 6백을 바라보고 있어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도 어려운 상태다. 그러니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30대 그룹들조차 자금이 안돌아 비명이다. 부도공포 속에서 자금난이 쉽사리 풀릴 전망도 안보인다. 수출이라도 잘 되면 풀리련만 그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업차관이라도 허용해야
그렇다면 상업차관 도입이라도 허용해 숨통을 터줘야한다. 기업엔 아직 차관을 들여올 능력은 있다. 상업차관의 길이 열리면 대기업의 자금가수요가 해소되고 이미 확보해 놓은 가수요자금이 풀려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금융대란설은 바로 우리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과 경제현상에 대한 불만 및 의욕저하의 상징이다. 대란은 없다고 자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7.1%이고 저축률이 34.6%라고 하지만 38.6%에 이르는 투자율과의 차이를 외채로 메워야하는 현실이다. 높은 투자율의 근거가 생산을 늘리기위한 설비투자가 아니라 안팔리는 재고 때문이라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발표와 같이 거품성장인 셈이다.
거품이 꺼지는 구조조정에 대응한 적절한 경제대책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바닥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경제위기를 잘 헤쳐왔던 우리로서 「4∼5월 금융대란설」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4월은 경기가 좋을 때도 기업으로서는 자금춘궁기다. 3월의 배당지급과 함께 4월에는 법인세 부가세, 5월에는 종합소득세를 내야한다. 자금담당자들에게는 잔인한 4월이라고 불리는데 올해는 근로자들의 임금투쟁과 노동법 반대투쟁으로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한보가 발행한 진성어음의 만기가 돌아오고, 6∼7월에는 과거 발행한 융통어음이 부도처리 되고, 여기에 삼미파동이 가세한다면 여름까지 연쇄부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시기에 정책당국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경제에 대한 불안감 해소이다. 정부는 2조원의 세수감축을 무릅쓴 긴축재정을 약속하고 있다. 세수감축은 경기조정과 물려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의 지출조정이 민간부문 활성화에 펌프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과감한 금융정책 필요
둘째, 통화공급을 신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시장수축과 긴축으로 인해 화폐유통 속도가 떨어져 통화공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우려는 적다. 이 시기에 민간부문에 자금을 공급하고 여름이후에 이를 회수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통화론자들의 주장에 너무 끌려왔지만 경기가 불황기에 들어간 만큼 과감한 금융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셋째,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의식, 경기부양에 급급할 가능성이 높은데 강부총리의 설명처럼 일시적인 캄플처방은 경제체질을 더욱 악화시켜 회복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 경제팀은 정치논리의 배제를 위해 분발할 일이다.
우리에게 시급하면서도 장기투자를 요하는 것이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다. 물류비 절감뿐만이 아니라 생활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사회간접자본은 지속적으로 확충돼야한다. 예산절감에서 이 점은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금융대란설이 설로 끝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자들의 실천적인 대응노력이 절실하다. 유능한 관리자는 위기에 대비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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