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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한국의 가치는 K팝이나 자동차ㆍ전자제품이 아닌 사회 전체의 미래 모습 자체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신부와 수녀의 키스 장면, 하얀 바탕에 가득한 형형색색의 콘돔. 베네통의 파격적 광고 이미지를 제작하며 세계와 소통한 사진작가이자 미학자인 올리비에로 토스카니 올리비에로토스카니스튜디오 대표가 '서울포럼 2012'에서 제시한 한류의 방향이다.
토스카니 대표는'한류, 글로벌 경제를 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울포럼 2012 둘째 날인 17일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과 대담을 하며 "K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류와 한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자체를 창조하는 일"이라며 한국 이미지 제고를 위한 질적인 조언을 했다.
토스카니 대표는 광고대행사 없이 베네통과 직접 교류하며 베네통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사람이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정 의원은 마케팅의 대가 토스카니 대표를 맞아 한국과 한국 기업의 현주소를 짚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토스카니 대표는 "무언가를 복사(copy)한다면 그것은 단지 복사일 뿐 더 나아갈 수 없다.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을 남보다 조금 더 잘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며 "스위스산ㆍ독일산ㆍ미국산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듯이 한국산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국만의 창의성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이미 K팝과 자동차ㆍ스마트폰 등 세계에서 매력을 느끼는 한국의 제품과 문화가 있다"며 "다만 한국이란 나라에 매력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차별화된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토스카니 대표는 이 같은 한국만의 미래사회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건축에 비유했다. 그는 "마치 그림을 그리거나 집을 짓듯이 한국을 창조해야 한다"며 "상징이 될 만한 점을 찾아 누구도 갖지 못한 상징화된 한국을 새로 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스카니 대표와 정 의원은 한국사회 자체를 한류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건으로 젊은 인재와 소통을 강조했다. 토스카니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서"새롭고 참신한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왜 찾지 않느냐. 그들이 바로 한류와 한국의 미래를 위한 돌파구"라고 조언한 뒤 "남은 포럼을 더 듣고 싶다"며 정 의원과 함께 웃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다음은 두 인사의 대담 내용.
▦정병국 의원=만나뵙게 돼서 반갑다. 장관 시절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류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가적 브랜드 가치가 낮았던 측면을 아쉬워했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토스카니 대표=물건이나 제품과는 조금 다른 측면을 보려 한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딱 맞는 이미지가 없다. 한국산 자동차는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호평 받는다. 그렇지만 자동차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미래는 제품과 별도로 새로운 사회, 사회 전체에 대한 생각이다. 제품은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일 뿐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이 중요하다.
지금 나는 중남미 국가인 니카라과의 국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산업면에서는 서구 국가보다 경쟁력이 약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놀라운 자연과 평화가 있다. 뉴욕 한가운데서 흑인과 백인이 악수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니카라과 관광을 권했다. 돈이 아닌 행복과 우정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다.
▦정 의원=한국은 스마트폰, 가전제품, 냉장고 등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고 역사와 전통도 다른 나라에 못지 않다. 다만 여전히 한국 관광을 위해 한복ㆍ한옥을 보여준다. 만약 한국 여행을 하라고 할 때 어떤 이미지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는가.
▦토스카니 대표=중요한 것은 한국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건축물을 설계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처음이 되는 것, 나는 다르다는 것을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 누구도 갖지 못한 상징을 찾아내야 한다.
▦정의원=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K팝이 한국의 전통과 현재를 잘 섞어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K팝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토스카니 대표=K팝이라는 장르 하나가 한국의 자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파바로티 음악 같은 것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양성이다. 융합된 가운데 나만의 독특함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리듬을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 의원=K팝을 넘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국가 이미지, 한 컷의 사진으로 베네통의 가치를 달리 했듯이 그런 식의 접근방법이 뭘까를 고민하고 있다.
▦토스카니 대표=사실 베네통도 특별한 게 없다. '갭' 같은 다른 의류 브랜드처럼 옷을 판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환상ㆍ용기를 불어 넣어 하나의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K팝은 그 중 하나다. 그 집단에는 디자인이나 곤란한 친구를 도와주는 것, 모두가 기피하는 세계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아프리카 음악이 굉장히 아름답지만 그것을 보러 아프리카에 가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시각을 만들고 창조해야 한다.
한국 기업 중에는 베네통처럼 어필하는 기업이 없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그냥 같은 업무 시스템을 가진 광고 대행사에 가서 똑같은 방식으로 광고를 만들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상품을 찾아야 한다. 새롭고 참신한 것을 만들고 돌파하는 것은 언젠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지금 뭔가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왜 찾지 않는가. 그게 돌파구다.
▦정 의원=토스카니 대표는 공감의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다. 정치행위에서도 공감을 끌어내는 소통의 문제가 결국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담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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