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상승 무드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최근 34거래일 동안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펀드 환매 기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코스피200 추종 인덱스펀드, 레버리지펀드, 성장주펀드를 중심으로 환매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50을 돌파했음에도 환매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4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형펀드(ETF제외)에서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은 5조1,435억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를 중심으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일까.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월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최근 34거래일 동안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펀드(공모펀드 기준)는 코스피200 일일 변동률의 1.5배 수익을 추구하는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였다. 총 3,469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도 환매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에서 2,640억원이 순유출된 것을 비롯해 'KB스타코리아인덱스'에서 1,399억원, '삼성인덱스알파'에서 1,171억원이 나갔다.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성장주펀드도 환매의 집중 타깃이 됐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에서 2,303억원이 빠져나갔고 'KB한국대표그룹주'1,583억원, '트러스톤칭기스칸' 1,484억원, 'JP모건트러스트코리아' 1,351억원, '삼성코리아대표'에서 1,260억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설정된 성장주펀드의 경우 대부분 대형주가 고점 수준에 있었던 2007~2009년에 설정됐다"며 "최근 지수 급등으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하자 주저 없이 환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성과가 좋았던 일부 펀드도 환매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대표 가치주펀드인 'KB밸류포커스'에서는 2,163억원이 순유출됐다. 현재 판매를 중단한'KB중소형포커스'에서도 1,646억원이 나갔다. 두 펀드의 올해 초 후 수익률은 각각 14.08%, 14.69%로 모두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2.39%)을 웃돈다.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코스피지수가 2,050을 돌파한 후에도 환매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인 2,050에 안착하면 펀드 환매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18일 코스피지수가 2,050을 돌파한 후 21일까지 2거래일 동안 되레 4,411억원이 순유출됐다. 역시 코스피200 추종 인덱스펀드와 레버리지펀드, 성장주펀드를 중심으로 순유출됐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코스피가 2,050을 돌파하면 펀드 환매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2,050선에 장기간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인 2,050을 돌파하고 추세적으로 상승할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자 환매에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국내 주식형펀드가 환매 폭탄을 맞고 있지만 환매에 웃음짓는 펀드도 있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로는 최근 34거래일 동안 922억원이 순유입됐다. 라이벌 가치주펀드인 'KB밸류포커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대한민국신수종산업' 펀드로는 210억원이 들어왔다. 이 펀드는 우리나라 대표 신수종 사업인 발광다이오드(LED) 2차전지, 의료기기, 바이오 등 차세대 신수종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김홍석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운용하는 '메리츠코리아' 펀드로도 168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밖에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돈을 빼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절대수익추구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주가연계펀드(ELF)에 일부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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