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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는 불황의 무풍지대로 꼽혔던 아동복 신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아동복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입 아동복도 3.2% 증가에 머물렀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자신에게는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던 '골드 키즈 맘'까지도 돈을 안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가 모피는 새로 구입하지 않고 기존 옷을 고쳐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피 리폼 전문브랜드인 '박성룡 모피'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일 현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9%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세계 모피 매출은 3.1% 감소했다. 최근 3년간 두자릿수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해온 모피는 불황이 심화되면서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에 덜 민감하던 백화점 우량고객(VIP)들은 가격이 저렴한 교외형 아웃렛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롯데백화점 VIP 들이 차지하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VIP들이 주중에는 한적한 백화점에서 품격 있는 쇼핑을(VIP 라운지 이용 포함), 주말에는 발품을 팔아 교외형 아웃렛에서 합리적인 쇼핑을 즐기는 투트랙(?) 쇼핑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패션 시장도 불황의 흔적이 깊이 패이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 럭셔리 브랜드는 지난해 역대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이트레이드증권이 TNS와 실시한 화장품 유통채널별 구매액 증감률 분석에서 원브랜드숍은 23.5%나 증가해 럭셔리 브랜드가 -4.1%, 일반 할인점이 -3.7%의 감소를 보인 것과 대조를 이뤘다. 원브랜드숍 제품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팍팍해진 생활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원브랜드숍이 업계 전반을 이끌어가는 상황은 주요 업체의 성공적인 매출로도 이어졌다. 지난 한 해 약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성장세를 이어간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에서만 154개 매장을 새롭게 오픈했으며 토니모리 역시 2012년 전년 동기 대비 50%의 매출 신장폭을 보였다.
패션업계에서는 중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SPA(제조ㆍ유통일괄화 의류)의 성과가 단연 돋보였다. 유니클로ㆍ자라ㆍ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독식하던 국내 시장에 에잇세컨즈(제일모직)와 스파오(이랜드) 등 국내 SPA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 5,000억원으로 불어나 최근 3년간 평균 56%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한 같은 물건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패밀리세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패밀리세일 정보를 주고받는 유명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는 가입자 수만 28만여명에 육박할 정도다.
식품ㆍ외식업계에서도 불황의 영향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포장 단위를 축소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11월 불고기버거ㆍ프렌치프라이ㆍ탄산음료 등 아홉 가지 대표 메뉴를 2,000원 이하 가격에 판매하는 '행복의 나라 메뉴'를 출시했다. 기간 제한 없이 상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으로 맥도날드가 미국에서는 '달러 메뉴', 일본에서는 '100엔 메뉴' 등의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행복의 나라 메뉴는 출시 2개월 반 만인 1월 판매량 1,000만개를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패밀리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는 올해부터 수요일마다 각종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스페셜 웬즈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는 '잭다니엘 글레이즈 립(3만5,000원)'을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둘째 주는 3인 이상 메뉴 주문시 '블랙큰드 치킨 알프레도 파스타(1만9,800원)'를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9,900원짜리 런치세트 메뉴를 지난해 5월 부쉬맨 브레드, 홈메이드 수프, 메인요리, 과일에이드, 커피 등을 보강해 리뉴얼 출시했고 9월부터는 전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7월 고급건강기능식품 '황진단액(7병ㆍ7만원)'을 출시한 뒤 가격이 고가인 점을 감안해 낱개 단위(1병ㆍ1만원)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낱개 단위 판매 시작 이후 본격적으로 매출이 늘어 현재는 낱개 제품이 일반 제품 매출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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