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캐피털사들의 최근 영업 행태가 비틀어지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지난 2일 현재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캐피털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5.8%에서 최고 28.9%에 육박한다. 반면 리스 금리는 6~8%, 기업대출 금리는 5~7%대로 신용대출 평균 금리 최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통 금융 계열 캐피털의 조달금리가 3.7%, 일반 캐피털사는 4.6%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기업 금융은 마진도 남지 않는 수준이다.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우가 이처럼 크게 벌어지는 원인은 10여년 전 도입된 대출 본업비율, 이른바 '50:50 규제' 때문이다.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 등 '가욋일(소매금융)'을 기업금융과 같은 '본업'보다 많이 할 수 없다. 때문에 캐피털사들은 실질적인 수입원인 고금리의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해 마진도 남지 않는 낮은 금리에 기업 고객을 유치한다. 한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20%가 넘는 소매금융이 당연히 돈이 되는 반면 기업금융은 리스크가 커서 캐피털사들이 꺼릴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금리 인하 경쟁까지 벌여가며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소매금융을 더 많이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업계들은 이 같은 왜곡을 조장하는 50:50 규제를 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모두 풀 수 없다면 캐피털사들이 많이 하는 자동차할부대출(오토론)만이라도 본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될 경우 캐피탈사의 본업인 기업금융은 더욱 약화된다. 여전사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 요구는 기업금융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과 별개"라며 "현재 네거티브 방식인 리스와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의 규모가 작더라도 최소 의무투자 비율을 도입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캐피털이 본업에 집중하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부터 저축은행도 할부금융을 할 수 있는 등 캐피털과 다른 금융사의 차별성이 희미해졌다"며 "캐피털사 자체적으로 업종이나 장비별로 특화된 사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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