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진단] 증시 급락땐 반대매매-이자 부담 이중고… 시장불안 뇌관으로
■ 주식담보 대출 급증이자율 7~13%로 은행 등 보다 높고담보유지비율 140% 못지키면 반대매매유럽문제 등 악재 상존… 투자자 위기 몰릴수도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시중은행 영업창구를 찾은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서로 다른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어 서로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정진영(가명ㆍ38)씨는 최근 집을 옮기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결혼비용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던 지난 2003년보다 그 조건이나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주인집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자금 마련이 급한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던 그는 2004년부터 넣었던 펀드가 생각났다. 정씨는"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으면 예탁증권담보대출로 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증권사로 발길을 돌렸다.
금융 당국 감독 강화 등으로 은행권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보유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예탁증권담보융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 등 주식 관련 대출 규모는 5일 기준 11조2,772억원으로 올 초(11조2,422억원)보다 350억원가량 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은행 등을 통한 대출이 어려워지자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예탁증권담보융자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빚을 내는 신용거래융자는 1월2일 4조4,962억원에서 현재 4조439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예탁증권담보융자는 5일 현재 7조2,333억원을 기록해 올 초(1월2일 6조7,460억원)와 비교해 4,873억원이나 늘었다. 이 밖에 연계신용대출(스톡론)도 5월 현재 1조1,4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1조2,300억원)보다는 줄었으나 여전히 올 초(1월 1조1,160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자금을 빌리려는 고객들이 예탁증권담보융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예탁증권담보융자의 경우 주식투자 외에 다른 곳에도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증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탁증권담보융자란 투자자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상품(DLS), 펀드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주식투자로 자금 사용처가 정해진 신용거래융자와는 달리 빌린 돈은 투자자가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이 올 경우 반대매매와 대출금 이자 부담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 여전히 뇌관이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시가 크게 하락할 경우 주식담보대출자들은 반대매매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주식담보대출자들은 대출금액의 7~13%를 이자로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부담이 되고 있다. 통상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은 7~13% 정도로 은행 등보다 높다. 여기에 140%의 담보유지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반대매매에 들어가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증권담보융자의 담보유지비율은 140%로 주가가 떨어져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반대매매에 직면하게 된다"며 "여기에 7~13%에 달하는 이자도 투자자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예탁증권담보융자뿐만 아니라 신용거래융자가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위험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 증시가 또다시 출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3ㆍ4분기에는 증시가 다소 안정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유럽 재정위기라는 시한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늘어난 예탁증권담보융자 등이 투자자들을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