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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고공행진으로 손해보험 업계의 자동차보험 부문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중소형 손보사들을 시작으로 줄줄이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한다. 대형 보험사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금융당국의 용인 여부에 따라 연쇄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 전 요율 검증을 받기 위해 최근 보험개발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흥국화재는 다음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보험료를 인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인상률은 미정이지만 한자릿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흥국화재를 시작으로 나머지 중견 손보사들도 10~11월께 잇따라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이 하반기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고 MG손보와 더케이손보도 업계 추이를 봐가며 인상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악사다이렉트가 손보업계 중 유일하게 지난 7월 자동차보험료를 4.5~5.5% 올린 바 있다.
상위사인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은 아직 손해율 추이를 지켜본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삼성을 제외한 다른 보험사들은 내부적으로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상위 5개사를 제외하고 2~3%가량 기본보험료를 올렸으나 손해율이 고공행진을 벌여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손보사들은 블랙박스 할인 폐지, 긴급출동 서비스 등의 특약 보험료 인상 등으로 보험료를 조정해왔다. 그럼에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다다른 만큼 기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잠시 하락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월 여름 휴가철 자동차 운행이 늘어나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업계 평균 90%였던 손해율은 6월 86%선으로 떨어졌으나 7월 89%선으로 올라섰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보험료를 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만큼 가급적 연내에 인상해야 한다는 게 보험사들의 속내다.
다만 지금까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만큼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과는 다르다"며 "다음달 중 보험업 규제개혁 종합방안을 발표하면서 자동차보험료 규제에 대한 당국의 입장도 정리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2011년 이후 지난 4년반 동안 대형사들은 자동차보험 기본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했다"며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를 다른 부문의 흑자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아직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아 눈치를 보고 있지만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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