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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수많은 기업이 문을닫아 실업자가 200만명에 이르고 1인당 국민소득은 8년전 수준인 6,000달러대로 추락했다. 30년간의 개발경제시대의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는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었다.개혁의지 더욱 다져야 할때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외환위기의 고비는 넘겼다는 것이 국내외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가용 외환보유액이 지난해말 89억달러에서 450억달러를 넘어선 반면 총외채는 지난해 11월말 1,618억달러에서 9월말 1,535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환율은 안정되었으며 얼어붙었던 산업활동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시각과 경제지표의 호전과 함께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관변 연구기관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되어 연간 2%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의 경제회복세가 주로 신3저(新3低)현상에 기인하는 만큼 일시적일 가능성이 적지않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서 낙관론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위기의식을 해이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 설사 외환위기가 끝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1차목표 달성에 불과하다. 아직 IMF관리체제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우리의 갈길은 결코 순탄치않을 수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IMF체제에 들어갔던 멕시코가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다 올들어 다시 위기를 맞은 것을 볼때 더욱 그렇다. 신3저가 끝나고 또다시 외부충격이 오면 다시 외환위기에 빠지지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물론 IMF탈출에 그쳐서는 안된다. 강력한 선진 경제로의 도약이 지향점이 돼야 마땅하다. 「불행으로 가장된 축복」이라는 캉드쉬 IMF총재의 덕담도 이런 목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의 개혁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말그대로 뼈를 깎는 개혁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개혁의 필요성은 IMF조기 탈출만이 아니라 선진경제 진입이란 국민적 결의를 다지는데 있다. 그런 다음 현재 추진중인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등 4대 구조조정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매듭 지어야 한다. 개혁의 방향은 옳은데 속도는 느리고 아예 무풍지대인 곳도 있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기업구조조정이 가장 부진하다는 해외의 끊임없는 지적을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월가의 이런 우려를 해소치 않고서 국가신용도 상향조정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투자부적격인 국가신용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순조로운 외자유치는 어렵다. 재벌그룹들은 무수히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을 이제는 실행에 옮겨 눈으로 확인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도 재벌 탓만 할 것이 아니다. 정부조직및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되지않는데 개혁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것 또한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기술정보등 미래투자 확대를 우리가 고통을 참으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목적은 관치경제·정경유착의 낡은 틀을 헐고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짜려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우리의 경쟁력이 대폭 향상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대기업의 과도한 부채 및 과잉투자를 해소치 않으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살아날 수 없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은 경쟁력향상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구조조정한다고 연구단지가 공동화하고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줄면 세계유수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IBM 등은 80년대 구조조정의 와중에 첨단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해 재도약할 수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투자는 아끼지 않아야 한다. 기술수준이 높아지지않고 국제경쟁력이 향상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도 결국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한데 근본 원인이 있다. 21세기의 산업으로 불리는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의 고통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한 번 넘어진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은 구조조정에 10년이 걸렸고 지난 76년 IMF관리를 받았던 영국은 지금도 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고통은 길지만 구조조정에 성공할 경우 우리 경제는 다시 넘어지지 않는 선진경제로 진입할 수 있다. IMF에 가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국치」라고 했었다. 국치의 불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우리 하기에 달렸다. 국민이 자신감을 가지고 국난극복의 결의를 다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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