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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자동차산업] 구조조정 태풍분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태동이후 최대의 격변을 치루고 있다.올해를 기점으로 국내자동차업체는 현대자동차·현대정공·기아·아시아· 대우자동차·대우중공업·삼성자동차·삼성상용차 등 8개업체에서 현대와 대우라는 2개의 자동차그룹군으로 완전 재편됐다. 세계 자동차산업 역시 재편의 폭풍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업간에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최고급차의 대명사인 독일 벤츠와 세계 4위의 미국 크라이슬러가 합병한데 이어 세계 2위의 미국 포드와 고급차의 또다른 대명사 독일 BMW, 일본 혼다의 합병임박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합병은 현대와 기아, 혹은 대우와 삼성처럼 우량기업이 부실자동차를 인수하는 한국이나, 과거 외국계 자동차업체들간의 기업인수·합병(M&A)과는 달리 최고를 향해 달리는 자동차회사들간에, 이익나는 회사끼리의 결합이라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합병목적은 명확하다. 전 세계시장이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최고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서다. 규모·기술·비용효율 측면에서 모두 앞서야 된다는 것이다. 각사가 약세를 보이는 지역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도 실려있다. 관계자들은 조만간 이같은 방식을 통해 10~20년안에 현재 20여개인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앞으로 6~7개 그룹군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외국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포드자동차 알렉스 트로트만회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짧은 시일안에 세계적인 메이저회사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매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그 이유로 『우선 규모가 작아서 규모의 이점을 얻기가 어렵고 기술적으로도 메이저들을 따라 갈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5위 자동차생산대국이라는 명성에 안주하며 외국에서도 우리를 그렇게 평가할 것이라는 우리의 「공주병」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세계 주요 업체들은 플랫폼당 생산대수를 100만대까지 끌어올려 놓고 엄청난 비용절감효과를 올려왔다. 국내 업체들은 기껏 20만대여서 큰 격차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신차 개발기간도 외국업체들이 20~23개월이내인데 비해 국내는 30개월 내외로 길다. 부품업체 경쟁력이 곧 완성차 경쟁력인데 소규모 영세 부품업체들의 취약한 기술력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규모·기술외에도 국내업체를 압박하는 요인은 널려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수출도 만만치 않은데 99년 7월부터 수입선다변화가 완전 해제돼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차가 국내시장에 무방비로 쏟아지게 된다. 국내업체를 보호해준 외형적인 시장장벽이 완전 해제되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외제차시장점유율이 0.5%이내에 그쳐 국내업체들의 수익기반인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업체들의 내수기반 와해는 엄청난 타격을 안겨주게 된다. 미래가 회의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없는가. 업계 전문가들은 당장 이들 격차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단 기간내에는 현대-기아, 삼성-대우 등 자동차업체 구조조정으로 생긴 시너지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데 승용차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현대와 지프형차와 미니밴 등 RV(레저용차), 소형상용차 등에서 강한 기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가 강한 소형차시장을 통해 신흥 저가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선진국시장에선 틈새시장을 뚫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 통합을 통해 한 플랫폼당 최소 70만대까지는 끌어올려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 업체는 현재 발등에 떨어진 구조조정에만 매달려 있다. 10~20년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고 폭풍 속으로 뛰어들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맨발벗고 뛰어도 힘든 마당에 우리는 지금 너무 머뭇거리고 있다고 자동차전문가들은 질책하고 있다. 【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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